[금주의 영화] 에스코바르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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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5   |  발행일 2018-11-15 제42면   |  수정 2018-11-15
‘마약왕’ 이자 ‘기부천사’ 거짓말 같은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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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범죄자로 통한다. 그의 순자산은 1990년대 초반 300억달러에 이르는데, 현재 가치로는 550억달러(한화 62조950억원)에 달한다. 당시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7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콜롬비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파블로는 미국 코카인의 80%를 공급하는 메데인 카르텔의 실질적인 보스로 군림했다. 그 과정에서 무자비한 살인과 폭력·테러 등으로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했고, 미국 역시 막대한 달러 유출로 위기감을 느끼자 그를 잡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영화 ‘에스코바르’는 이런 사실에 기초해 80년대 악명을 떨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거짓말 같은 실화를 다뤘다.

“사람들이 널 좋아하지 않으면 존중하게 만들어야 해.” 늘 멋진 아빠로 비쳐지길 바랐던 파블로(하비에르 바르뎀)가 아들에게 한 말이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파블로는 자신의 저택에서 자선단체설립 기념 파티를 연다. 그리고 이날 초대된 유명 방송 앵커 비르히니아 바예호(페넬로페 크루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빈민 가족 1천명에게 무상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밝힌다. 이를 계기로 대중의 지지를 얻게 된 파블로는 선거에 출마해 하원의원에 당선된다. 그러나 파블로는 자신의 부정 선거와 마약 밀매 자금 유입을 지적한 법무부장관과 과거 살인 경력을 기사화한 신문사 편집장을 암살하는 등 잔인한 민낯을 드러내 파국을 초래한다. 결국 콜롬비아 정부는 그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80년대 살인·폭력·테러, 사회 불안감 조성 ‘악명’
잔인·따뜻함, 인간의 이중성 군더더기 없이 연출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파블로는 부자 그 이상의 자리를 원했다. “이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아내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돈과 폭력으로 정계에 진출해 콜롬비아를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을 손에 거머쥐었다. 이게 화근이 될 줄은 파블로도 몰랐을 것이다.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그의 삶은 이후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로 수차례 제작되었다. 하지만 파블로의 내연녀이자 조력자였던 비르히니아의 회고록 ‘Loving Pablo, Hating Escobar’를 바탕으로 한 ‘에스코바르’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그녀의 시선을 통해 전해지는 마약왕 이야기는 다재다능한 방송인인 비르히니아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예기치 않은 유대관계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는 스릴과 액션으로 담아냈다.

무겁고 복합적인 시대와 인물, 그리고 당시의 흥미로운 사건을 사실적으로 포착한 영화는 감각적인 연출과 편집, 음악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 보는 재미를 더한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의 완벽한 케미는 기대에 충분히 부합했고, 인간 내면 속에 숨겨진 야수적 잔인함과 약자들에겐 따뜻한 기부 천사로 돌변하는 이중성의 모호함을 군더더기 없이 그려낸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그 중 압권이다.(장르:범죄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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