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行 에어프랑스 승객이 혹한 시베리아에 사흘간 갇힌 이유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 상하이로 향하던 프랑스의 한 여객기가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 비상 착륙해 승객 282명이 사흘간 졸지에 '난민 대우'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출발한 에어프랑스 소속 보잉 777 여객기는 운항 도중 기내에서 매캐한 냄새와 함께 옅은 연기가 발생해 시베리아 남부 이르쿠츠크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승객들은 여객기에서 내리기 전 6시간을 기내에서 대기했고, 이어 영하 -17도의 혹한이 맹위를 떨치는 이르쿠츠크에서 '냉대'를 경험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입국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공항 시설과 호텔 2곳에만 수용됐고, 짐을 찾을 수도 없었다.

 에어프랑스측은 여객기를 하루 동안 점검했으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판단, 다음날 대체 여객기를 투입했으나 설상가상이었다.
 대체 여객기에 승객들이 모두 올라탔으나 유압장치가 얼어 이륙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시베리아 탈출'을 위한 '1차 시도'는 무산됐고,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모두 다시 내려야 했다.
 비행기에서 다시 내리기 전 대기한 시간도 첫날과 못지않게 길었다.

 승객 중 한 명인 엘리너 줄리는 12일 트위터에 "우리는 지금 더럽고, 냄새난다.
짐도 여권도 없이 '가택연금' 당한 지 30시간째"라고 적기도 했다.

 승객들은 결국 이틀 뒤 도착한 다른 여객기를 타고 목적지인 상하이 푸둥 공항으로 향할 수 있었다.
 사건이 있고 난 뒤 승객 중 한 명은 기내에서 찍은 활주로 영상에 '시베리아에 갇히다-시즌2'라는 제목을 붙여 TV드라마 오프닝처럼 만든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러시아 현지의 소셜미디어에서는 시베리아의 경이로움 가운데 하나인 바이칼호가 1시간 거리인데 관광이나 시켜줄 수도 있지 않았냐며 이르쿠츠크측 관계자들을 꾸짖는 글이 올라왔다.

 나중에 이 승객들이 편안한 상황에서 다시 방문하면 좋은 곳들을 구경시켜주라는 주문도 있었다.

 웃지 못할 이러한 상황이 1970년대 옛소련 시절의 유명 코미디물인 '이탈리아인의 놀라운 러시아 모험'을 연상시킨다는 비유도 나왔다.
 에어프랑스는 성명을 통해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위해 승객들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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