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아이스하키 폐지’ 약속 외면한 정부

  • 입력 2018-11-16 00:00  |  수정 2018-11-16
평창올림픽때 ‘전폭 지원’ 불구
내년부터 1차 모집 대상서 빠져
대표팀 경기력 유지 어려워질 듯
야구와 축구지원자는 대폭 늘려

한국 아이스하키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상무가 내년부터 1차 모집 대상에서 아이스하키를 비롯해 빙상, 스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동계 종목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다른 인기 프로종목과 달리 저변이 열악해 상무가 폐지되면 선수 생활 유지가 어렵다. 선수로서 한창 나이에 병역 의무를 위해 빙판을 떠난 선수들이 2년여의 공백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공익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후 복귀한 선수도 몇 명 있지만, 아이스하키 선수에게 입대는 곧 은퇴를 의미했다. 이로 인해 대표팀 유지도 어려웠다. 이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과거 국제무대에서 고전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숙원으로 꼽혀온 상무가 창단한 것은 2012년 7월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는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상무에 동계 종목 3개(빙상, 스키, 아이스하키)를 추가해 2019년 전반기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걸림돌을 해결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12년 3부리그에서 출발했던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올해에는 월드챔피언십, 즉 1부리그에서 뛰었다.

국제 아이스하키 역사를 통틀어 이 정도로 단기간에 1부리그로 뛰어오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귀화 선수로 인한 전력 보강 효과도 컸지만 2012년 상무 창단으로 인한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및 유지가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문체부와 국방부는 상무 아이스하키의 필요성에 공감해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인원(20명 안팎)으로 팀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무는 2017년 5월1일 안진휘·신상훈·박계훈·안정현·전정우(이상 5인은 모두 국가대표)·조석준이 입대한 이후 아이스하키 선수 모집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아예 아이스하키 선수를 뽑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무 아이스하키팀은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비용 문제 때문은 아니다. 지난 5년간 상무 아이스하키는 실질적으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한라, 대명의 돈으로 운영했다. 대신 상무는 국내 대표적인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 지원자는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올해 초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두고 뜨거운 논란이 인 적이 있다. 단일팀 구성으로 한국 대표팀의 일부 선수가 경기에 뛰지 못하게 되자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정부는 우리 여자 대표팀 선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불만 사항을 접수한 뒤 아이스하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대표팀의 요구사항 중 하나가 상무 아이스하키팀 유지였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이 끝나자 정부는 지원 약속을 외면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오랜 무관심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선전을 거듭했지만, 겨우 피어난 희망의 싹이 잘릴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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