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태의 제3의 눈] 사람이 돈만으로는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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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6   |  발행일 2018-11-16 제26면   |  수정 2018-11-16
올해 국제지표 들여다보면
경제분야선 우등생 국가가
사회지표 최하위 머물기도
달걀은 병아리 될 수 있지만
돌은 절대 병아리 될 수 없어
[정문태의 제3의 눈] 사람이 돈만으로는 살 수 없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외신판 기자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언론사들이 한 해 큰 뉴스거리나 온갖 지표를 버무린 연말 특집 기사를 찾아 난리치는 탓이다. 이 해묵은 전통은 우리 언론도 다를 바 없다. 장담컨대, 독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2018년 10대 뉴스’니 ‘2018년 국제 경제지표’ 같은 제목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마당에 이런 게 아주 쓸데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해마다 똑같은 제목과 똑같은 일이 물린다는 말이다. 지면에 대고 신세타령을 하고만 꼴인데, 사실은 며칠 전부터 타이 언론사가 연말 특집용으로 부탁한 2018년 국제 지표를 만지다 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어쨌든, 말을 한 김에 오늘은 국제 지표를 화두로 삼을까 한다.

먼저 몇 가지 밑감부터 살펴보자. 올해 국제통화기금이 밝힌 1인당 명목국민소득 등수다. 1위 룩셈부르크, 2위 스위스, 3위 노르웨이, 9위 덴마크, 11위 스웨덴, 12위 네덜란드, 15위 핀란드인데 한마디로 가장 잘사는 나라들을 가리킨다. 한국은 27위다. 우리가 늘 비교거리로 즐겨 찾는 미국은 7위고 일본은 23위다. 다음은 각 나라의 실질국민소득, 교육수준, 문맹률, 평균수명 같은 삶과 관련된 지표인 유엔 인간개발지수(HDI)를 보자. 1위 노르웨이, 2위 스위스, 3위 오스트레일리아, 4위 아일랜드, 8위 스웨덴, 10위 네덜란드, 11위 덴마크, 15위 핀란드, 16위 뉴질랜드다. 한국은 22위, 미국은 13위, 일본은 19위다. 유엔의 성 평등보고서도 볼 만하다. 1위 노르웨이, 2위 스위스, 4위 아일랜드, 7위 스웨덴, 10위 네덜란드, 15위 핀란드, 16위 뉴질랜드다. 한국은 22위, 미국은 13위, 일본은 19위다.

해마다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가 매겨온 민주주의지표를 보자. 1위 노르웨이, 3위 스웨덴, 4위 뉴질랜드, 5위 덴마크, 6위 아일랜드, 그리고 스위스와 핀란드가 공동 9위다. 한국은 20위, 미국은 21위, 일본은 23위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밝힌 2018년 세계 언론자유 지표다. 1위 노르웨이, 2위 스웨덴, 3위 네덜란드, 4위 핀란드, 5위 스위스, 8위 뉴질랜드, 9위 덴마크다. 미국은 45위, 일본은 67위다. 노무현정부 시절 30위권이던 한국은 이명박과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2016년 70위로 곤두박질쳤던 게 올해 그나마 43위로 조금 나아진 꼴이다.

이 2018년 세계 경제, 사회 지표들을 눈여겨보면 공통점이 하나 나온다. 민주화니 언론자유니 인간개발이니 성 평등 같은 사회 분야 우등생들인 노르웨이,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 아일랜드 같은 나라가 경제에서도 모조리 정상을 차지했다는 대목이다. 진짜 우등생들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거꾸로 경제 우등생이 반드시 사회 분야에서도 우등생이라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예컨대 1인당 명목 국민소득 6위로 경제 우등생인 카타르는 언론자유지표 125위, 민주화지수 133위고, 1인당 명목 국민소득 8위인 싱가포르도 언론자유지표 151위, 민주화지수 69위로 각각 사회 지표는 꼴찌 축에 들었다. 미국과 일본도 좋은 본보기다. 그 결과는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Gs)가 밝힌 나라별 행복지수에서 잘 드러난다. 1위 핀란드, 2위 노르웨이, 3위 덴마크, 5위 스위스, 6위 네덜란드, 8위 뉴질랜드, 9위 스웨덴이다. 한국은 57위, 미국은 18위, 일본은 54위다. 카타르는 32위, 싱가포르는 34위다. 이건 사람이 돈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뜻이다. 경제만으로는 삶의 질도 반드시 우등생 반열에 올려놓을 수 없다는 증거다. 마우쩌둥의 말을 빌리자면 “적절한 온도에서 달걀은 병아리로 변하지만, 어떤 온도도 돌을 병아리로 만들 수는 없다”는 뜻이다. 비록 서구중심주의를 바탕에 깐 이런 조사나 자료를 신줏단지처럼 떠받들 일이야 없지만, 적어도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모습을 비춰볼 거울쯤으로는 삼을 만하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까닭이다.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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