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북구청, 광해군 태실 국가 문화재 등록 나선다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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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9 07:28  |  수정 2018-11-19 07:28  |  발행일 2018-11-19 제6면
지하 기초시설은 비교적 온전
조선왕실 태실 축조과정 단서
대구시·북구청, 광해군 태실 국가 문화재 등록 나선다
대구 북구 연경동 광해군 태실. 태항아리를 보관하던 ‘태함’과 기초공사 흔적인 ‘석렬’이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 <다온문화재연구원 제공>

대구시와 북구청이 북구 연경동 태봉 정상 부근에 조성된 조선 15대 왕 광해군 태실의 국가지정 문화재 등록을 추진한다. 태실은 조선왕실에서 자손을 출산하면 태아를 둘러싼 조직인 태(胎)를 항아리에 넣어 보관하던 석실이다. 태실 주인이 왕위에 오르면 새 비석과 각종 석물을 더한 ‘가봉 태실’을 조성한다.

18일 북구청에 따르면 태봉 부근에 태 항아리를 담았던 ‘태함’과 기초공사 구조물인 ‘석렬’ 등 태실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는 흔적이 있다. 북구청은 지난 3월 문화재청이 공모한 매장문화재 긴급 발굴조사 지원사업에 선정돼 국비 1억원을 확보하고, 5월 다온문화재연구원에 발굴조사 용역을 의뢰했다. 조사 결과 태실의 지표구조물 훼손은 심했지만 하부 구조 보존상태는 비교적 온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아기 태실비, 가봉 태실비 조각 일부가 발견돼 광해군의 아명이 ‘경용’이라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연구원 측은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폐위되면서 태실이 의도적으로 파괴된 것으로 추정했다. 태실 내 비석 등이 일정한 크기로 파손돼 있었던 것.

전문가들은 광해군 태실이 문화재 가치가 충분한 만큼 복원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재현 다온문화재연구원 과장은 “이번 발굴조사는 가봉 태실 지하 기초시설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조사된 첫 사례다. 조선왕실의 태실 축조 과정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며 “지상 구조물에 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광해군 태실을 보존하고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우선 태실 현장을 보존한 뒤 국가지정 문화재 등록을 위해 별도의 지정보고서 용역을 추진하겠다. 국가사적이 어렵다면 대구시 지정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라며 “문화재로 지정되면 태실 복원과 주변 정비는 물론 구암동 고분군 등 지역 내 유적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찾겠다”고 했다.

한편 광해군 태실은 2003년 깊이 1.5m, 지름 1.8m 규모로 파헤쳐진 채 발견됐다. 특히 태실 윗부분에 있던 거북 모양 좌대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도굴꾼의 소행으로 추정됐지만 이후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돼 왔다. 북구청이 2013년 태실 범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나섰으나 예산문제로 중단되기도 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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