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서 배우로…배우서 연출로…대세가 된 멀티플레이어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을 받는 시대, 남다른 재능과 열정을 동력 삼아 또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원소스 멀티유저가 그 주인공들이다. 가수에서 배우로, 또 배우에서 가수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예능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금, 또 한편에서 배우를 목표로 끼와 재능을 발산하고 있는 모델들의 분주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연출자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연기자들의 의미있는 발걸음도 따라가본다.

◆배우 꿈꾸는 모델의 웹드라마 입성

바야흐로 모델 출신 배우들의 전성시대다. 공유, 차승원, 정우성, 조인성, 이민호, 남주혁, 이성경 등 모델 출신이 아닌 배우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 최근 배우를 꿈꾸는 젊은 모델들이 웹드라마의 주연까지 꿰차며 대세에 앞장서고 있다. 참신한 소재와 공감 가는 이야기는 물론 10분 내외의 짧은 미니드라마 형태라는 점에서 웹드라마는 신인 연기자 혹은 연기자를 꿈꾸는 모델들에게 주류 입성을 위한 좋은 발판이자 무대가 되고 있다.

드라마 ‘라이브’ ‘연금술사’, 영화 ‘마녀’ ‘괴물들’ ‘VIP’ 등을 통해 연기 내공을 다져온 김종훈은 웹드라마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이하 나길연)에 출연 중이다. ‘나길연’은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던 작품으로 극중 김종훈은 옥탑방에 사는 까칠한 의문의 백수 황낙구 역을 맡았다. 김종훈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너무 하고 싶었다”며 “촬영하는 내내 출연진은 물론 스태프들과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아 여느 때보다 즐겁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종훈·조민호·김진경·김현주 등
모델 출신들 드라마 도전 이어져


조민호는 웹드라마 ‘우리 할 수 있을까’ 시즌2에 이어 ‘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에 주연으로 발탁돼 존재감을 알렸다. 색다른 매력을 어필하는 라이징 배우로 주목 받고 있는 조민호는 극중 표정변화가 없는 무심한 성격이지만 감정에는 솔직한 주상호 역으로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았다. 김진경과 송해나도 웹드라마 대세에 합류했다. 최근 완결된 웹드라마 ‘두부의 의인화’에서 김진경은 엉뚱발랄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김진경의 절친으로 등장한 송해나는 안과 밖의 모습이 다른 스위치걸로 완벽 변신해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김진경은 KBS1 드라마 ‘안단테’에서 첫 주연인 김봄 역으로 발랄하고 러블리한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현주 역시 웹드라마 ‘연애는 무슨 연애’를 통해 연기자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주연을 맡은 김현주는 츤데레 캐릭터로 20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웹드라마 ‘고양이의 맛’을 통해 보여준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심을 모은 이호연은 그 여세를 몰아 웹 뮤직드라마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다’에 캐스팅돼 웹드라마계의 스타로 등극했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배우는 눈빛과 표정 그리고 몸으로 관객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직업이다. 그 점에서 온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델은 직업의 노하우를 바로 연기에 적용시킬 수 있어 큰 장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력만큼 뛰어난 연출 실력 입증

‘롤러코스터’ ‘허삼관’을 통해 연출 능력까지 인정받은 하정우는 본인의 세 번째 연출작을 준비 중이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지만 한 사건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언론사 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케이퍼 무비로, 진지하기보다는 ‘하정우식 코미디’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는 과거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동기를 소박하게 밝힌 바 있다.

배우 추상미는 1천500명 한국전쟁 고아들의 비밀 실화를 찾아가는 회복의 여정을 담은 ‘폴란드로 간 아이들’의 메가폰을 잡았다. 1994년 데뷔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추상미는 단편 ‘분장실’과 ‘영향 아래의 여자’를 연출해 이미 영화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추상미 감독이 4년의 기간을 거쳐 준비한 작품으로, 연출, 기획, 각본, 편집 그리고 출연까지 1인 5역을 자청하는 열정을 기울였다.


정진영·추상미·하정우 등 배우
메가폰 잡고 영화 연출서도 두각


정진영도 영화 ‘클로즈 투 유’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클로즈 투 유’는 자신이 확신하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 진실을 찾아 나서는 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조진웅, 배수빈 등이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이에 앞서 문소리는 18년 차 배우 문소리의 스크린 밖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배우 문소리의 실제 고민과 생각을 바탕으로 자신을 객관화시키고, 연출자 입장에서 이를 담아내 진정성이라는 큰 미덕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박중훈, 유지태, 구혜선 등이 감독으로 외연을 넓힌 주인공들이다.

하정우는 “연출이 앞으로 배우생활을 하는 데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가 현장에서 배우려고 하는 것들, 또 캐릭터 안에 들어갔다가 빠지고 하는 작업들이 궁극적으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개그맨 박성광은 ‘제2회 한중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박성광의 첫 연출작인 ‘욕’이 독일 ‘지하철 영화제’에 출품된 바 있다. 박성광은 지난해 단편 영화 ‘슬프지 않아 슬픈’으로 ‘제1회 미추홀 필름 페스티벌’에서 연출상을 받으며 그 재능을 인정 받았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