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보수단체 40여일간 천막농성 마감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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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0 07:53  |  수정 2018-11-20 07:53  |  발행일 2018-11-20 제9면
市 새마을과 명칭 존치에 화답
“張시장과 동반자적 관계 약속”
시위 탓에 생업지장받은 시민들
“이젠 경제살리기에 주력해달라”
진보단체선 반발…갈등불씨 남겨

[구미] 보수단체가 박정희 흔적지우기에 반발하며 40여 일간 벌인 구미시청 앞 천막농성을 19일 전격 마감했다. 이는 구미시가 지난 15일 ‘새마을과’ 명칭을 존치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진보단체·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미시의원들이 새마을과 존치에 반발하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보수단체 천막농성 중단

박정희 대통령 역사지우기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구미시청 열린나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청 앞 천막집회를 중단하고 구미국가산업단지를 살리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전병억 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장세용 구미시장과 가진 만남에서 협치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며 구미 발전에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면서 “박정희 역사자료관,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새마을과 명칭 변경보다 구미 경제를 먼저 생각해 양보한 장 시장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흔적지우기에 맞서 열어 온 8차례 규탄대회와 41일간 천막집회를 마감한다. 앞으로 진보·보수 이념을 뛰어넘어 구미산단을 살리는 데 온 힘 모으자”면서 “그동안 집회로 지역에 큰 혼란과 불편을 야기한 데 대해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줄 것을 부탁한다. 박 대통령의 역사는 우리 스스로 지켜내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덧붙였다.

◆시민들 “힘 모아 경제 살리자”

구미 시민들은 “지금 구미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만큼 보수·진보, 여·야를 떠나 구미경제 살리기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6일 오후 구미지역 문화·행정·금융 중심지인 송정동의 복개천 식당가. 수백 개의 식당이 몰려있는 이곳 상권은 수년 전부터 불어닥친 불황에 사실상 그로기 상태에 있다. 점포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상가 건물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이모씨(51)는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속상한데 며칠 전 보수단체 수백 명이 도로를 막고 행진을 하더라. 이념 논쟁을 하면 할수록 서민 삶만 고달파진다는 사실을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이 뼈저리게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모를 불황에 신음 중인 구미산단의 부활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정쟁과 이념 논쟁은 없어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구미산단 업체 대표 강모씨(57)는 “새마을·박정희 관련 사업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민과 기업인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취업률·수출 증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등 불씨 여전히 남아

‘새마을과’ 명칭 유지로 표면적 논란은 일단 봉합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진보단체와 일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미시의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참여연대는 16일 낸 보도자료에서 “장세용 시장은 자신의 공약이자 시민사회의 요구인 새마을과 명칭 변경을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자마자 철회했다”면서 “우리는 이미 기득권이 된 ‘새마을’이 순수 민간운동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도 ‘새마을과’ 명칭 유지를 결정한 구미시를 비판했다. 또 SNS에서도 ‘박정희·새마을’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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