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비가 과연 민원일까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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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0   |  발행일 2018-11-20 제30면   |  수정 2018-11-20
[취재수첩] 국비가 과연 민원일까
정재훈기자<서울취재본부>

올해도 국회에는 어김없이 ‘예산’의 시즌이 돌아왔다. 각 부처 심사, 기획재정부 심사를 거쳐 마지막 단계인 국회로 공이 넘어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가 참 힘들다. 취재도 어려울뿐더러 취재원들 모두 저마다 불평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경우 지자체의 ‘준비 부족’을, 지자체는 집권 당에 따라 예산이 달라진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매년 비슷한 상황에 할 말은 많지만, 각자의 입장이 있기에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최근 중앙 언론들의 ‘질타’는 견디기 정말 힘들었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지역구 민원 챙기기’라는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예결특위가 최근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정부 부처별 심사에서, 일부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요구했다며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에게 자신의 지역 사업을 설명하는 것이 ‘민원을 넣는 모습’이라며 ‘구태’,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표현했다. 한 매체에서는 예산안조정소위(계수조정소위)가 가동되면 지역구 민원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국가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도 했다. 참 당황스럽다.

이 보도들은 공통적으로 국회의원의 예산 확보에 나선 이유를, 다음 선거를 겨냥해서라는 설명을 달았다. 선거 공보물 등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치적쌓기’ 차원에서 발언했다는 것이다. 과연 지역 민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자신만의 치적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려 했을까. 이런 비판을 받을 걸 알고서도 말이다. 의원이 선거에서 공약한 지역 사업을 실현하려는 것이 과연 몰지각하게 예산을 낭비하려는 ‘민원’ 정도로 치부돼야 하는 걸까. 투표로 드러난 민심을 국회에서 대변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 아니던가. 왜 이 부분이 잘못됐다고 하는 걸까.

더 따지고 싶지만,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현재의 구조에서는 이같은 논란이 계속될 것 같다는 사실이다. 국가 예산을 놓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종속적인 관계’가 이어진다면 이런 모습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등으로 중앙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대지만, 이같은 논리로만 따진다면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지하철 등 새로운 교통인프라를 구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방에 맞는 경제성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수년째 묵묵무답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언론들이 중앙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지방분권을 부르짖는 이유다. 언젠가는 이런 ‘악순환’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권을 잡은 정당이나 지역이 혜택받는 후진적인 예산 편성 역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역 홀대’라는 기사는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

정재훈기자<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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