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탈(脫)원전 논란 국민투표로 끝내야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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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0   |  발행일 2018-11-20 제30면   |  수정 2018-11-20
대만 탈원전 정책폐기 여부
오는 24일 국민투표로 결정
우리도 탈원전 정책 둘러싼
소모적 국론 분열 차단 해법
국민투표에서 찾아야
[화요진단] 탈(脫)원전 논란 국민투표로 끝내야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오는 24일 대만에서 실시되는 국민투표 결과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탈(脫)원전 정책의 모델이 된 대만이 이날 국민투표로 탈원전 법안 폐기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투표에서 법안 폐기가 결정되면 대만은 2년 만에 다시 친(親)원전 국가로 돌아가게 된다.

2016년 선거때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건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해 1월 탈원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곧바로 전체 6기의 원전 중 4기의 가동을 멈추고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2012년 총 전력 생산의 16.1%를 차지하던 원전 비중은 지난해 8.3%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공약은 실천했지만 그 대가는 가혹했다. 지난해 8월 대만 전 국토의 46%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대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1명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이를 계기로 탈원전법 폐기를 위한 국민투표 청원서가 법원에 제출됐고, 의결 정족수를 충족해 국민투표가 성사됐다. 국민투표를 발의한 시민운동가 황쓰슈는 “정부가 충분한 전력과 (석탄 발전으로) 맑은 공기를 제공할 수 없다면 원전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도 탈원전 정책(현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부름)을 둘러싼 논란이 현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논란이 더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최근 막을 내린 국정감사에서도 탈원전 정책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결론은 없고 양측이 자기 주장만 되풀이했다. 야당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의 중단을, 여당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 추세라고 맞서고 있다. 그 사이에 낀 국민들은 머잖아 날아올 ‘탈원전 청구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하루하루 걱정이 많다. 그 청구서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지 1년여가 지난 지금 곳곳에서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당장 경북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 울진군은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지난 8월 기준으로 지역자원시설세 118억원이 감소했다. 월성원전 1호기 가동 중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천지 1·2호기 건설 백지화 등으로 경주·울진·영덕지역은 향후 수조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매년 조단위 수익을 내던 초우량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조단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의 적자 전환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발전산업은 고사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원전산업의 핵심인 기자재·설계분야 일감은 내년 9월이면 바닥이 난다. 일자리 정부를 외치는 정부가 원전 관련 양질의 많은 일자리를 오히려 없애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국내 원전산업이 붕괴되면 이마저도 물거품이 된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화력발전 비중이 늘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5월 기준 전년대비 1년간 1천800만t 증가했다. 온실가스는 미세먼지 악화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을 아예 하지 않는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탈원전 정책은 ‘정치적 신념’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해서 논란이 일 것이 뻔한데도 서둘러 실행하는 것도 옳지않다. 탈원전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함께 이미 문재인정부의 최대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자칫 이 논란은 차기 정권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지금까지 적잖은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치르고 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1년여 전 칼럼(2017년 8월8일자)에서 그 해법을 국민투표에서 찾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국가에너지 정책은 교육 정책 못지않게 국가 백년대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 정치 권력이 아닌 국민들에게 어떤 에너지 원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 스위스 국민은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선택했다. 대만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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