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없이 붓으로…고치다 고치다 지치면 완성”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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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1   |  발행일 2018-11-21 제21면   |  수정 2018-11-21
리안갤러리, 구상계열 이창남展
색·빛 어우러져 복고풍 감성자극
“자연·인간 만든 풍경에 존재감”
20181121
이창남 작
20181121

‘처음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리안 갤러리에서 구상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마다 특성이 있는데, 리안 갤러리는 그동안 비구상 작품을 선보여 왔다. 전속작가들도 비구상 계열이다. 리안 갤러리는 홍콩 아트바젤에 참여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는 화랑이다. 그런 리안 갤러리가 선택한 구상 작가라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리안 갤러리에서 도시 풍경과 일상적 사물을 담아내는 이창남 작가<사진>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단순한 풍경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한 것 같은데 색다른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한 화면에 다양한 빛이 존재한다. ‘시간’을 품은 빛이다. 작가는 풍경을 그리는 데 사진을 참조하지 않는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것을 그 자리에서 ‘천천히’ 그린다. 작가는 “눈은 직감적이지만, 사진은 정지된 이미지”라고 말했다. 사진으로는 현장의 변화를 직감적으로 포착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화면에 시간대가 섞이다 보니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부드러운 색감과 미묘한 빛이 복고풍의 영상을 만들고 있다. ‘통기타와 포크 선율이 울려 퍼지듯 레트로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다.

눈으로 직감적인 풍경을 그리는데, 소재는 수동적이다. 독특한 작업 방식이다. 작가는 “보여지는 게 중요하다. 수동적인 풍경을 그린다”고 했다. 보여지는 풍경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것을 그린다. 그런데도 색다르다. 작가는 “사물을 그릴 때 집중하는 부분이 있다. 자연과 인간이 같이 만드는 풍경에 존재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 내는 풍경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도 했다.

작가는 그림을 끊임없이 고친다. 그래서 한 화면에 서로 다른 시간대가 배여 나온다. 실재같지만 실재같지 않은 풍경이다. 작가는 “지겨울 때까지 고친다. 고치다 고치다 지치면 완성”이라고 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수동적인 풍경’을 드로잉 없이 붓으로 그려 나간다. 드로잉을 밑작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화의 본질과 가까운 하나의 매체로 여긴다. 작가는 “드로잉을 할 때 훨씬 자유스럽다. 드로잉에 모든 빛이 담겨 있다”고 했다. 리안 갤러리에선 페인팅과 함께 드로잉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작가는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2월29일까지. (053)424-2203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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