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비평의 탄생과 창작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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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1   |  발행일 2018-11-21 제30면   |  수정 2018-11-21
[김옥렬의 미·인·만·세] 비평의 탄생과 창작의 길
현대미술연구소 소장

문화예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편견에 사로잡혀 고립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립무원의 길이 아닌 곳, 상호소통이 가능한 길은 어디인가? 창작 활동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비평의 죽음이다. 죽은 비평의 사회에서 건강한 창작의 길을 기대할 수 있을까. 비평의 부재는 대중과의 관계 역시 멀어지게 한다. 문화예술의 활성화는 건강한 비평문화를 담보하는 것이 아닐까. 건강한 비평은 다양성과 독창성을 위한 필요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예술계는 비평 없는 상찬과 무관심뿐이다. 창작에 전념하기보다는 학연이나 지연으로 건강한 창작환경을 저해한다. 무엇보다 첨단산업과 정보화 속에서 예술 활동 역시 급속한 변화로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모순을 안고 왔다. 경제성장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믿음은 환경문제뿐 아니라 노인과 여성, 교육과 예술 활동에도 중첩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파른 성장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은 미래를 위한 과제이자 시대정신의 요청이었다. 지금이라도 비평적 인식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술작품이나 문화자산을 얼마든지 컴퓨터에 저장하고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선택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향수 가능성의 확대는 소통방식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복제기술의 발전과 일반화는 저렴한 비용으로도 원본과 동일한 문화자산을 개인이 소유할 수도 있다. 이는 문화의 민주적 향유와 소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문화적 종속에 대한 우려 역시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문화예술의 고유성을 찾아 우리 문화를 세계문화의 한 양식으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한 전문가 양성과 지속가능한 비전이야말로 시대적 과제일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비평의 탄생을 통해 새로운 창작의 길을 가야 한다. 이 길을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폐해를 자각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그럴 때만이 인간에 대한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공존의 문화, 개인과 집단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 삶의 공간에서 생성 변화가 가능한 창작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는 시민문화운동, 청소년센터, 아마추어 예술가들, 그리고 각종 문화단체에서 주관하는 예술창작 프로그램 모두가 해당된다. 창작활동에 참여는 예술가의 태도는 일반인의 예술적 자발성과 창조성을 일깨우고 상호 간의 의사소통능력을 확장해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평의 탄생과 창작의 길은 문화공간과 대중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창의적인 삶을 위한 전제인 동시에 과정이다. 그리고 이를 통한 창작과 감상의 상호작용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문화도시를 위한 원동력이다. 창작활동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공공의 장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전제돼야 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공공의 윤리를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과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비평을 통한 안목성장이야말로 실천 가능한 창작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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