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제 정부가 답할 때다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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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9   |  발행일 2018-11-29 제30면   |  수정 2018-11-29
[취재수첩] 이제 정부가 답할 때다
송종욱기자<경북부/경주>

경주시민에겐 애달픈 운명이 있다. 다른 시·도가 손사래를 치며 서로 떠밀어낸 원자력발전소 등 정부 국책사업을 지난 40여 년간 껴안고 살아 온 것이다. 정부가 1976년 월성 1호기를 양남면 나아리에 착공한 이후 월성 2~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원자력발전소를 세웠다. 이어 중·저준위 방폐장이 건립되고,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한수원 본사가 들어섰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는 ‘사탕 발림’으로 경주시민들을 유혹했다. 시민들은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땐 “정말로 잘살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이 들어선 경주 동해안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명소인 데도 시민들은 희생을 감내했다.

그러나 지금 경주시민의 가슴은 분노로 가득차 있다.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방폐장 부실 운영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 미이행 △고준위 방폐물 2016년까지 이전 미이행 등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0여 년간 국책사업을 적극 수용해 온 시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피해 호소에 정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022년 11월까지 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에 대한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로 지방세수 432억원이 감소하고, 일자리 500개가 줄어든다. 정부 탈원전으로 인해 월성 2~4호기 등 원전 가동률과 발전량의 급격한 하락으로 해마다 지방세수가 300억 씩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중·저준위 방폐장의 운영은 그야말로 부실투성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으로부터 반입된 방폐물의 방사능 분석 데이터에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발끈하고 있다. 방폐장 2단계(표층처분시설) 건설 과정에서 사토가 흘러 내려 안전사고가 발생, 부지 내 토지 적합성 등 현장 실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주시민은 참여정부 때인 2005년 12월 주민투표에서 89.5%의 찬성률로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했다. 19년간 표류해 온 방폐장을 유치해 유치지역 지원 특별법이 마련됐다. 정부는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에 유치지역 지원사업으로 55건에 3조2천759억원(국비 2조3천4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이후 13년이 지났으나 현재까지 국비지원율은 고작 59%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2016년까지 월성원전 내 임시저장 중인 고준위 방폐물을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임시저장 시설을 건립해 옮긴다고 약속해 놓고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월성원전 건식저장 시설은 2020년 12월 포화가 예상돼 월성 2~4호기를 조기에 중단해야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 후보 유세 때 경주에 원자력연구기관 유치를 공약했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1천200억원(경북도 300억·경주시 900억원)을 들여 감포읍 일원 100만㎡ 부지를 확보하고 제2원자력연구원, 방사선융합기술원과 원자력안전연구센터, 원전해체연구센터, 국립지진방재연구원 등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다. 이제 탈원전으로 경제적·정신적 피해로 분노하는 경주시민에게 정부가 분명한 답을 할 때다.

송종욱 기자<경북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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