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곡교실 선구자…초보∼성악가 실력 회원 함께 노래 부르며 즐겨요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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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30   |  발행일 2018-11-30 제34면   |  수정 2018-11-30
■ 가곡 랩소디
박범철 가곡아카데미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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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가곡교실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테너 박범철. 많은 대학과 문화단체 등에 가곡교실을 개설해 가곡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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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철 가곡아카데미의 수업 모습.

대구지역에서 가곡교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테너 박범철이다. 영남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러시아에서 유학을 한 그는 귀국 후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성악가였다. 유학 중 한국인 최초로 레닌필 독창회를 했고 베츠코프스키국제콩쿠르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한마디로 실력있는 성악가였던 그가 1998년부터 가곡교실을 열어오고 있다. 20여년이 흘렀는데도 그는 가곡교실을 처음 연 날짜까지 똑똑히 기억했다.


20여년간 가곡교실 활동, 저변 확대
CC클럽 로비서 시작한 가곡음악회
전국 최대규모로 성장 ‘가을의 향연’
국내 최고 성악가들 참여 품격 높여

회원 모두 즐기는 수업 중점 ‘대중화’
클래식음악 전반 관심 이어지는 계기
‘음악도시 대구’성장하는 중요한 역할
후배들에 가곡교실 지도교수 길 열어



“1998년 3월5일이었습니다. 가곡교실을 처음 열기 며칠 전 제 독창회가 있었는데 음악회에 왔던 지인들이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노래를 좋아하는데 감상만 하니 뭔가 부족하다, 성악가만큼 잘 부르지는 못하겠지만 노래를 직접 불러보고 싶다 등의 말씀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인 5명으로 가곡교실을 출발시켰지요.”

대구 가곡교실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그는 1998년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 가곡교실 개설을 시작으로 2000년 경주 동국대 평생교육원 가곡교실·대구 북구가곡교실, 2001년 영남대 평생교육원 가곡교실, 2003년 경산 시지 가곡교실, 2004년 영남이공대학 평생교육원 가곡교실, 2005년 대구가톨릭대병원 가곡교실·나토얀뮤직아카데미 가곡교실 등을 잇따라 개설했다. 이만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봉산문화회관, 현대백화점 대구점, 수성아트피아 등에서 가곡교실을 열어 가곡인구의 저변을 꾸준히 확대해 나갔다. 또 대구의 대표적 가곡교실이라고 할 수 있는 박범철가곡아카데미를 2004년에 만들었는데 이것이 가곡교실의 대중화에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가곡음악회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특히 2004년 대구CC클럽하우스 로비에서 시작해 현재 전국 최대 규모의 가곡음악회로 성장한 음악회 ‘가을의 향연’을 열어오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15번째 음악회에도 1천700여명의 관객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가곡교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출연하고 로비에서 공연했으나 음악회에 대한 반응이 좋아 현재는 동코스 1번홀 페어웨이에 특설무대를 설치하고 아마추어 성악인은 물론 국내 최고의 성악가들도 출연시켜 음악회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2011년부터는 매년 5월 ‘흑과 백 그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음악회를 열고 있다. 그가 회장으로 이끌고 있는 대구성악아카데미의 프로성악가들과 박범철가곡아카데미 아마추어 성악가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음악회다. 매년 11월에는 박범철가곡아카데미 회원들이 연주자로 참여하는 순수한 아마추어 가곡음악회인 ‘패밀리 콘서트’도 개최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가곡교실을 열고 있는, 그야말로 ‘스타강사(?)’가 된 비법이 궁금했다. 그는 자신의 교수법의 핵심을 ‘수평적 개념의 교육’이라 설명했다.

“수직적 개념이 아닌 수평적 개념이라는 것은 몇몇 열정적인 동호인 그룹의 깊이 있는 활동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가곡을 잘 모르는 다수 대중이 가곡을 접하게 하는 활동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새로운 회원이 수업에 참여할 때 초보회원이 적응할 수 있도록 수업의 수준을 맞추어 진행합니다. 또 회원들의 실력 향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곡을 즐길 수 있는데 중점을 두지요.”

현재 그에게 수업을 받고 있는 이들 중에는 10년이 넘은 회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음정과 박자부터 배워야 하는 초보회원부터 프로성악가에 필적하는 실력을 지닌 회원들도 있어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데 가장 큰 힘을 쏟고 있다.

박 지도교수는 이같은 활동을 통해 가곡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가곡교실의 회원들이 단순히 가곡을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그 지인들에게 가곡을 전파하고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음악회의 주요관객으로도 그 보폭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곡교실을 통해 가곡을 배우게 된 상당수 회원들은 단기적인 관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동호인 활동을 하고 그 강도를 높여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관심 영역이 가곡을 넘어서 클래식음악 전반으로 확대되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음악회에 관객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이는 앞으로 대구가 음악도시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만이 아니다. 성악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성악과를 나온 이들은 교직에 몸담거나 전문연주자의 길로 들어서기를 원하나 그 자리가 매우 적어서 경제적 활동에 한계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가곡교실 지도교수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제가 처음 가곡교실을 할 때만 해도 가곡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 가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수한 성악가들이 운영하는 가곡교실이 많이 생겨났고 가곡교실을 통한 수익 또한 안정화되었습니다. 현재 대구에만 크고작은 가곡교실이 200여개나 운영되고 있지요.”

그는 가곡교실을 이끌어가고 있거나 이끌어갈 계획이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한마디했다. 어차피 경제적인 문제로 가곡교실을 열지만 너무 경제적 수단으로만 바라보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는 수업을 할 때마다 회원들과 마음의 눈높이를 맞추려 합니다. 그들은 노래를 부르고 즐기고 싶어서 온 분입니다. 이들에게 노래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문화봉사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회원들과 좋은 문화 교류를 이어가고 그 긍정적 에너지를 공유함으로써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 행복해지는 것이 좋겠지요.”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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