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에서도 가곡교실…동네분들과 음악으로 어울리며 행복 만들어요

  • 김수영
  • |
  • 입력 2018-11-30   |  발행일 2018-11-30 제34면   |  수정 2018-11-30
아양아트센터 교실 참여후 매력에 빠져
친구·단골들 하나 둘 가게에 모여 수업
영화·뮤지컬 다양한 장르 함께 화음
치킨집에서도 가곡교실…동네분들과 음악으로 어울리며 행복 만들어요
자담치킨 만촌점에서 열리고 있는 가곡교실. 이인규 테너가 가곡을 지도하고 있다.

치킨집에서 가곡교실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의아해 찾아가봤다. 지난 28일 저녁, 대구 수성구 메트로팔레스 부근에 있는 자담치킨 만촌점으로 10여명의 사람이 모였다. 대부분이 여성인데 남성 2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연령대는 40~50대가 중심이다.

이 가곡교실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30분 정도 수업을 하는데 지난 9월 시작했다. 8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18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곡교실은 가곡을 가르치는 성악가의 음악실이나 문화센터의 강의실에서 진행되는데 치킨집에서 가곡교실이 열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치킨집을 운영하는 노일순 대표(52)는 4년 전부터 동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가곡교실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됐다.

노 대표는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해 성가대로 활동했다. 노래를 좀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가곡교실에 참여했다. 이인규 강사(테너)의 강의가 너무 좋은 데다 다른 사람들과 노래가 주는 행복을 함께 즐기고 싶어 치킨집에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곡교실의 교육생들은 노 대표의 친구이거나 치킨집 단골들이 상당수 차지한다. 지인들을 모아서 시작했는데 이분들이 몇 주 노래를 배우곤 좋아서 다른 지인들을 데리고 오는 바람에 교육생이 급증했다.

이인규 강사는 “꽤 오랫동안 가곡교실을 꾸려왔지만 치킨집에서 가곡교실을 여는 것은 처음이고 이렇게 빠르게 교육생들이 늘어나는 경우도 잘 보질 못했다”며 “20명까지 교육생을 받을 수 있는데 곧 정원이 다 찰 것 같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자신의 가게에서 열리는 가곡교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가곡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페라,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곁들이고 가곡도 한국가곡을 비롯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양한 가곡을 교육하는 것이 차별화된 점이다.

이 치킨집은 매장에서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겸한 곳이기 때문에 오후 6시30분부터 강의가 진행되면 간혹 손님들이 있는 환경에서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

이 강사는 “치킨집이라는 특성상 강의에 대한 집중도는 일반 강의실에서 할 때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생 대부분이 동네분들이라 접근성이 좋고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서 강의실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했다.

노 대표 역시 “대부분의 손님들이 좋은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한다며 좋아한다. 가곡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며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전했다.

이 강사가 진행하는 가곡교실은 노래와 함께 역사,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연계시켜 진행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가진다. 이날 수업에서는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자니 스키키’ 중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이 곡의 가사를 한국어로 해석해주면서 ‘자니 스키키’라는 오페라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과 비하인드스토리도 곁들여 들려주었다.

이 강사는 치킨집에서의 가곡교실이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음악실은 물론 문화센터, 평생교육원 등에서 가곡교실을 열어온 그는 “치킨집에서 가곡교실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곡교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좀더 많은 사람이 노래를 통해 행복을 키워가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