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희망 꿈터 중앙도서관 존속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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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3 00:00  |  수정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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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중앙도서관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곳이다. 1919년 뇌경관(賴慶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지금 자리에 대구시립중앙도서관으로 신축 이전했다. 필자는 1985년 지금의 중앙도서관 앞에서 자취를 했기에 그 옛날의 중앙도서관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 문화시설이라고는 도서관이 유일하던 시절이었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몇 백곒까지 줄을 서던 진풍경이 눈에 선하다. 도서관 자리는 옛 대구여중이 있던 곳이었다. 고목 라일락이 향기를 더할 때면 지역의 젊은이들은 마음을 설레며 책 속의 좋은 문구들을 메모하며 자기의 꿈을 키우곤 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각종 자료를 찾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에 진출했다.
 

중앙도서관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한 사람들은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에 각종 평생교육기관이 들어서기 이전인 1981년부터 복합문화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꽃꽂이·서예·한문 등의 강좌를 열었고, 지식정보 제공·전시.공연 등의 행사를 개최해 지역주민과 함께 성장 발전하고 있다.
 

도서관은 또한 인류문화의 유산을 보호하고 새 문화창조의 토대다. 공공도서관의 사회성과 공익성을 재확인하면서 1967년 4월6일 대구에서 개최된 전국 공공도서관회의에서 ‘도서관 헌장’이 발표됐다. 이런 배경에는 대구의 공공도서관이 전국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는 평가가 있다. 비록 시설은 노후해도 대구의 공공도서관은 시민의 지식정보센터로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최근까지도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앙도서관이 국채보상 아카이브관으로 변경되고, 지역 대표 도서관이 건립되면 중앙도서관을 옮겨간다는 소식이다. 이에 도서관인으로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도서관은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성장하는 유기체다. 또 문화기관 중 영·유아에서 노인까지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이용하며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곳이 도서관 말고 어디 있나. 규모가 큰 중앙도서관과 대봉도서관은 대구의 교통요충지에 있어 더욱 이용에 편리하다. 대봉도서관은 2018년 11월1일자로 동구 신암동에 ‘대구 2·28기념학생도서관’으로 옮겨 12월 하순경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에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대구 중앙도서관은 지역 정신문화의 산실이자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대표도서관 설립과 별개로 중앙도서관은 하루 5천여 명의 시민들이 드나드는 지식충전소이자 문화향유처다. 또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 꿈터이기도 하다. 2009년 도서관법의 개정으로 시장.도지사가 대표도서관을 설립·운영토록 돼 있어 임시방편으로 중앙도서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 신설될 대표도서관의 역할과 중앙도서관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일전에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인근 국채보상기념관의 하루 이용객이 200명 남짓이라고 한다.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과거지향적이 아닌 미래 성장동력으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00년 역사의 도서관을 없애고 국채보상 아카이브관을 짓는다고 그 정신을 잘 살려낼 수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중앙도서관은 결코 작은 도서관이 아니다. 현재 중앙도서관의 역사성과 미래성을 좀 더 확장·발전시켜 시민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대구의 꿈과 희망,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그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보편적인 문화향수처로서 정신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터전인 중앙도서관이 지켜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노 경 자 (대구 공공도서관 사서회장/대구 2·28기념학생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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