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교장 아들 경시대회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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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4

조규덕기자
얼마 전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을 때 한 통의 제보를 받았다. 구미 현일고에서 학생 한 명이 나홀로 경시대회 시험을 치르는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나홀로 시험을 본 학생은 다름 아닌 같은 재단 현일중 교장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이튿날 곧바로 취재에 나섰다. 제보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제가 된 경시대회(수학·영어)는 입상자에게 상금·해외문화탐방을 비롯해 ‘현일고 특설반 입실’이라는 특전이 부여돼 해마다 수백명이 응시한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현일중 교장 아들 J군이 학교의 특혜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승마특기생인 J군은 당초 경시대회(10월27일) 응시 신청을 했으나 승마대회와 겹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둘 가운데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J군은 경시대회 사흘 전 돌연 시험을 치렀다. 4교시와 점심 시간을 이용해 고교 교실에서 교감 감독 아래 혼자 경시대회 시험을 본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J군이 미리 시험을 치른 이유가 승마대회 참가 때문이라는 것. 이 소식은 순식간에 학교 안팎에 퍼졌다. 학부모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학교 측 해명은 어처구니 없었다. 승마대회 일정과 겹쳐 경시대회 응시를 포기한 J군에게 시험 난이도 조절을 위해 ‘테스트 시험’을 보게 했다는 것이다. 현일고 관계자는 “그동안 경시대회 시험이 어렵다는 평이 많아 난이도 조절을 고민했다. 그러던 참에 J군이 경시대회 응시를 포기해 사전에 테스트 시험을 보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경시대회 사흘 전 교장 아들에게 테스트 시험을 보게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특혜를 주장했다.

이후 현일고 ‘경시대회 특혜 의혹’은 재단의 ‘족벌 경영’ 문제로 번졌다. 취재 결과, 현일중·고 재단인 ‘학교법인 고아학원’은 설립자 후손들이 돌아가며 교장을 맡고 있었다. J군의 증조할아버지는 고교와 중학교를 설립했다. 할머니는 법인 이사장, 큰어머니는 고등학교 교장, 아버지는 중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또 고교 교장의 남동생도 20년 이상 현일고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엔 현일고 교장 아들도 역사교사로 채용돼 교편을 잡고 있다. 때문에 이번 ‘경시대회 특혜 의혹’ 역시 비상식적 족벌경영에서 비롯됐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재단 측은 영남일보 첫 보도(11월26일) 이후 3일 만에 ‘현일중 교장 사퇴 및 가족 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사과문을 올리는 등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처를 했다. 그러나 경영진이 사퇴한다고 끝난 게 아니다. 현재 구미경찰서와 경북도교육청이 학교 경시대회 특혜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다 고아학원에 대한 추가 제보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번 보도가 나간 뒤 주위로부터 “학교와 구미교육을 위해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 물론 해당 학교를 넘어 구미교육 전체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잘못을 알고도 덮을 경우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상처가 곪으면 빨리 짜내고 새살이 돋게 하는 게 해법이다.
조규덕기자 <경북부/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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