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삭공구 기반의 ‘대구 기계산업’ 업그레이드 기회

  • 최수경
  • |
  • 입력 2018-12-06 07:24  |  수정 2018-12-06 09:19  |  발행일 2018-12-06 제3면
대구에 ‘워런 버핏 회사’ 추가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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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이 5일 이스라엘 테펜에 있는 IMC그룹 본사에서 제이콥 하파즈 회장과 항공기부품 제조용 초정밀 절삭공구 생산기지를 대구에 건립한다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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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절삭공구기업인 이스라엘 IMC그룹이 5일 대구에 항공기부품 제조용 절삭공구 공장 건립계획을 확정했다. 결론적으론 IMC그룹의 지분 전량(100%)을 보유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대구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워런 버핏이 대구의 절삭공구를 기반으로 한 기계산업의 성장가능성을 그만큼 높이 평가한 것이다. 대구의 산업적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버핏, 지자체 지원 등 기업환경 높이 평가
고부가 항공산업 투자 유망지로 점찍은 셈
10년간 6천명 고용·4천억원 소득유발 기대
초정밀 소재 생산도…해외의존 낮아질 듯


◆버핏, 대구를 점찍다

IMC그룹이 절삭공구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 항공기부품 제조용 공구의 생산공장을 대구에 건립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그룹 대주주인 워런 버핏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다. 그만큼 IMC그룹 의사결정과정에서 그의 판단은 절대적이다.

워런 버핏은 2006년 IMC그룹 지분의 80%를 인수했다. 이어 2013년 5월엔 나머지 20% 지분도 모두 쓸어담았다. IMC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인 대구텍의 사업방향도 자연히 그의 영향력하에 놓이게 됐다. 대구텍에 대한 워런 버핏의 애정은 각별하다.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투자하기로 유명한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대구에 있는 대구텍이 유일하다. 그는 전 세계 수많은 회사에 투자를 하지만 한번 이상 직접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그는 대구만큼은 2007년 10월, 2011년 3월 두 번이나 공식 방문했고, 그때마다 자신이 투자한 대구텍을 둘러봤다.

이날 대구시와 IMC그룹 간의 700억원 투자협약에도 그가 평소 애지중지하는 ‘대구텍’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항공기부품 제조용 절삭공구 생산공장 건립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IMC그룹 계열사가 있는 일본, 미국, 이스라엘 국가 간의 내부 유치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쟁에서 대구텍이 모기업인 IMC그룹 측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구 투자를 어필했고, 결국 그룹이 이를 수용했다. 사실상 그가 대구텍이 있는 대구를 투자유망지로 점찍은 셈이다. 항공기부품 제조용 절삭공구는 최근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항공산업은 환경규제, 연비경쟁에 따른 노후 항공기 교체수요 등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5.6%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연히 항공기부품을 가공할 초정밀·고강도 공구의 시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근래 IMC그룹 또는 대구텍이 항공부품제조용 공구를 대량으로 납품할 수 있는 거래처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대구투자를 염두에 두면서 가장 눈여겨봤던 것은 어떤 부분이었을까. 대구시 등 투자전문가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IMC그룹의 절삭공구 생산업체 중 대구에 있는 대구텍의 ‘공장 자동화설비’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도유망한 항공기부품 제조용 절삭공구의 생산기지(IMC 엔드밀)를 대구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구의 인력확보, 안정적 기업환경,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 등이 미래성장동력을 담아낼 그릇으로 나쁘지 않다고 본 셈이다.

IMC그룹이 외국인직접투자(FDI)형태로 내놓는 700억원은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투자된다. 주로 공장 신축과 장비 구매, 설치비로 쓰인다. 기존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인 ‘내부유보자금’도 향후 추가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까지 합치면 총투자금액은 800억원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지역경제 기대효과

이번 투자는 대구 입장에서도 유·무형의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IMC 엔드밀이 건립되면 일단 생산직 120명, 사무직 30명이 채용된다. 지역에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아울러 공장 신설에 따른 전문기술직 및 생산라인에 직접 필요한 인원도 업무효율성과 지역발전을 감안, 대구시 및 달성군에서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간접고용 유발인원은 향후 10년간 6천131명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직·간접적인 부가가치(소득) 유발액도 10년간 4천497억원으로 추산됐다. IMC 엔드밀에서 생산하는 항공기부품 제조용 고성능 절삭공구 전체 물량 중 70%는 수출용이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10년간 대구에서 4천805억원가량의 수출 유발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대구시 관계자는 전했다.

항공기부품 제조용 절삭공구 생산기지가 대구에 들어서면 지역 기계산업을 바라보는 대내외적 시각도 크게 바뀔 것으로 점쳐진다. 여태껏 국내에선 이 공구를 생산하지 못한 탓에 생산 희소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만 생산되는 것이다. IMC 엔드밀은 공구제작에 필요한 고품질 텅스텐 소재도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에서 공수된 텅스텐에 또다른 원료를 접목, 새로운 고부가가치 소재를 만들어 국내외에 판매하겠다는 것. 이럴 경우 절삭공구 제작에 필요한 초정밀 재료를 찾기 위한 국내 업체의 해외의존도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대구에서 항공기부품 제조용 절삭공구의 대량 생산시스템이 구비되면서 국내 동종업계에서도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공구업계에 따르면 국내 절상공구 제조기술은 일본, 독일, 스웨덴, 미국의 80% 수준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 IMC그룹= 1962년 이스라엘 테펜에서 설립됐으며, 이스카(이스라엘), 대구텍(대구), 탕갈로이(일본), 잉가솔(미국) 등 전 세계에 13개 대표 계열사와 135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세계 2위 절삭공구 생산기업이다. 총 그룹 자산은 5조3천700억원이며,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8천250억원이다. 종업원 수는 1만2천700여명이다. IMC그룹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대한중석’을 인수, 대구텍을 설립했다. 현재까지 5천억원가량을 투자해 대구텍을 국내 최대 절삭공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대구텍 임직원 수는 1천300명이고, 매출액은 연간 8천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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