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하얀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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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6


1989년 여학생 살해사건후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의미

하얀 리본이 이어져오지만

세계여성 33% 폭력시달려

남성과의 새 세상 꿈꾸고파

이승연 소우주성문화인권 센터장
‘세계 여성폭력 추방 주간’을 맞이하여 며칠 전 책마실 도서관에서 ‘성인권’을 주제로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많은 여성의 성적인 억압과 폭력에 대한 경험들이 쏟아졌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 주간’은 1960년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자매가 독재 정권에 항거하다가 독재자에 의해 살해 당한 11월25일부터 세계인권의 날인 12월10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 나라별로 여성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여성 폭력에 적극 반대하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대구에서도 ‘#대구미투운동’과 연결된 기획 강연회와 토론회 그리고 집회가 계획되어 진행 중이다.

세계은행이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33%가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 파트너로부터 물리적·성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여성 3명 중 1명꼴이 일생에 신체적 또는 성적 폭행 피해를 경험하고 가해자가 주로 친밀한 파트너들(특정 국가들의 경우 70%)이라는 점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여성의전화가 2015년 언론에 보도된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을 집계한 결과, 여성들은 이틀에 한 명꼴로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해 죽거나 죽을 뻔 했었다.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사건까지 합하면 얼마나 더 많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성에 대한 억압은 경제적 측면에도 나타난다. 국제통화기금(IMF) 여성노동 기회 실태 보고서는 세계은행(WB) 자료 등을 인용, 143개 회원국들을 조사한 결과 여성에게 법적·규제적 장벽이 있는 것으로 밝혔다. 특히 “조사 대상국의 약 90%는 적어도 한 가지의 성차별적 법 조항이 존재하고, 28개국은 여성의 노동 참여를 제한하는 성차별적 법률을 10개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79개국은 여성이 특정 직업을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일부 나라들은 남편이 아내의 취직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여성이 재산권을 갖거나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는 법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남성 수준으로 올라가면 미국은 5%, 일본은 9%, 아랍에미리트는 12%, 이집트는 34%의 GDP 증가를 거둘 수 있다”며 여성의 노동 참여를 높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여성차별, 여성폭력에 대해 나라별로 남성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1989년 총과 칼로 무장한 남성이 몬트리올 공과대학에 침입해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고 말하며 14명의 여성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살해된 여학생의 추모식에 남성들이 모여 하얀 리본 운동을 전개했다. 남성 스스로가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를 인식하여 성평등의 필요성을 알리는 운동으로 가슴에 하얀 리본을 달고 외쳤던 것이다. 이후 여성폭력을 반대하는 의미의 하얀 리본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도 2년 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음을 당한 강남역 사건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23세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피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동기로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자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고,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여성혐오 범죄를 추방하자는 ‘하얀 리본’ 캠페인이 진행되는 등 추모물결이 온오프라인에서 이어졌다. 2015년 터키 남부에서 여대생 외즈게잔 아슬란(20)이 마을버스 운전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두고 피해여성의 ‘옷차림 탓’이라는 논란이 일어나자 남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에 나섰다. ‘외즈게잔을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는 해시태그를 달아 미니스커트 차림을 한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거리 행진을 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인권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꿈꾼다. 내 주변에 하얀 리본을 단 많은 남성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우정과 사랑을.이승연 소우주성문화인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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