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북도지사의 얼굴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8-12-06 00:00  |  수정 2018-12-06
20181206

 얼굴은 희로애락을 담아낸다. 자신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기분 좋은 얼굴인지 화난 얼굴인지 또 힘든 얼굴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자신의 주름은 파악하기가 힘든 듯하다. 언제나 젊다는 생각을 하면서 착각 속에 사는 어른들을 많이 만나게 되니 말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살아오는 동안 쌓여온 주름이 자연스레 노화로 표출되는 것에 그리 속상해 할 것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시간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으니 참 다행이다.
 

지난 10월 경북도 지역혁신협의회 출범식에서 이철우 도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으며 그와 두 번째 악수를 했다. 그와 나눈 첫 악수는 2010년 어느 봄날 그가 국회의원이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8년의 세월을 건너 가까이에서 본 그의 얼굴은 많이 상해 있었다. 양복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으니 신사의 모양새도 아니고 일꾼의 모습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닌 모양은 몹시 노곤해 보이는 원인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8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주름이 조금 더 생겨 연식이 있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나, 그렇다고 세월의 고단함을 연상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때 합리적 짐작은 힘에 부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차림이야 어떻든 그가 신은 운동화는 도민들을 위해 뛰고 달리고 싶은 이 도지사의 마음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도지사가 경북도의 새로운 시대를 연 지 100일이 지났다. 23개 시·군을 동분서주했을 그가 노곤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단한 얼굴 속에 미소가 숨어 있는 것이 다행이긴 하다.
 

세계 지도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물론 나는 그들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뉴스를 통해 잠시 일방적 만남을 하는 것일 뿐이지만 그 순간 그들의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접한다. 버락 오바마의 얼굴을 보며 미국 대통령이 참 힘든 자리임을 실감하기도 했고, 그의 미소를 통해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을 이해하게 되는 듯했다. 오바마의 노곤한 얼굴 속에 그의 역량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업무가 힘에 부쳐 노곤함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마는, 나는 그가 짊어진 절대적 일의 양이 고민을 거듭하게 할 만큼 많아 결국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이 힘든 상황일 때 지도자가 윤기 번지르르한 얼굴을 하고 있다면 지도자의 리더십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나의 경험들을 통해 얼굴에 나타나는 힘듦을 둘로 나눠본다. 첫째는 자신의 역량을 초과하는 일로 인해 생기는 과부하다. 1곘 무게와 부피의 트럭에 1.5곘 무게굛부피의 짐을 실을 수는 없다. 비록 무게를 보고 감당할 수 있겠다 하더라도 넘쳐나는 부피는 감당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싣고 가다 혹 도로에 짐들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다른 이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으니 무게와 부피 모두를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자신의 역량에 대한 주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이는 운동화를 신어도 해결할 수 없다. 무리를 하면 얼굴에는 힘들다는 신호가 새겨지게 된다. 두 번째는 10곘 무게와 부피의 트럭에 다양한 무게와 부피를 가진 짐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 달리고 또 달려야 실을 수 있는 경우다. 절대적굛물리적 한계가 있다. 잠을 줄이고 동분서주하다보면 깜빡 기름 충전을 잊을 수도 있고 졸음운전으로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운전자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운동화를 신어도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는다. 얼굴에는 노곤함이 스며든다.
 

지도자의 얼굴에 드러나는 노곤함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고 믿고 싶다. 뉴스 속 이 도지사 얼굴의 노곤함은 도민의 요구와 희망을 더 잘, 더 많이 실어 안전하게 달리는 결과라 믿는다. 그래도 안전운전을 위해 충분한 수면은 필수다. 도민은 각자의 짐들을 잘 정리해 트럭 ‘경상북도’에 실을 준비를 해두는 팔로십을 갖추어야 한다. 도민들은 트럭 ‘경상북도’의 운행을 돕고 더 많은 트럭을 확보하기 위한 펠로십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십은 팔로십에 힘입어 속도를 내고 펠로십에 의해 안전하게 목적지로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힘들어도 얼굴에 웃음이 찾아올 것이다. 

강 미 아 (안동대 환경공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