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시민을 등돌리게 하는 ‘청와대 정부’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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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7   |  발행일 2018-12-07 제23면   |  수정 2018-12-07
[조정래 칼럼] 시민을 등돌리게 하는 ‘청와대 정부’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을 거듭해 50%대를 맴돈다. 그와 반비례해 청와대에 대한 저잣거리의 비판과 원성,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날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과 지지 철회도 상승이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제자백가(諸子百家)에 백가쟁명(百家爭鳴)이지만 머리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판단의 준거를 찾기 위해 정치 평론을 서핑하고 정치 평론가들의 고견을 청취해보기도 하지만 오랜 체증은 체증을 더할 뿐이다. 문재인정부를 향한 수많은 지적과 질타가 제각기 개연성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식상한 프레임에 갇혀 있거나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청와대 정부’란 저서의 서문 ‘무엇이 시민을 사납게 만드는가’를 통해 ‘한국의 대통령제를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 쪽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 것은 청와대였다’고 단언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제를 유사 군주정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을 국민주권의 구현자로 여기고, 의회나 정당들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국가 지도자이기를 바란다. 대통령을 대신해 자신들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지휘하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강박관념은 ‘청와대가 권력이 되는 정부’를 낳는다. 제어되지 않는 ‘강한 청와대’는 … ‘민주적 책임 정부’와 양립할 수 없는 형용모순이다.” 삼권(입법·사법·행정) 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청와대를 시의적절하게 형용한 진단서가 있을지, 있다면 적극 소개받고 싶다.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한 ‘청와대 정부’다. ‘청와대 정부는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하는 임의 조직인 청와대에 권력을 집중시켜 정부를 운영하는, 일종의 자의적 통치 체제다. 의회와 정당, 내각 등 책임정치의 중심 기관들이 청와대 권력의 하위 파트너가 되는 정부 형태다.’ 박상훈은 지난 정부의 구조적 모순과 행태 분석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모습을 조망해 보며 청와대 정부 대신 ‘책임 정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책임 정부의 개념은 차치하고, 그의 논지 전개에 근거하자면 문재인정부 역시 과거 정부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닮은 꼴 정부로 모든 권력은 물론 비판의 화살까지 청와대로 집중한다.

더 심각한 건 절반만 해도 높다면 높다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압도하는 시정(市井)에 나도는 부정의 언어들이다. 비판의 수위는 비난을 넘어 때로는 저주에 가깝고, 비판의 제전에 오르는 제수(祭需)는 넘쳐나며, 칼날과 작두날은 예리하다. 이 같은 칼춤과 저주의 굿판, 그리고 원시적이고 원색적인 그 동력의 강력함은 집행장에 선 사형수의 섬찟함에 비견될 만하다. 문재인정부의 운명이 ‘문재인의 운명’을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 이렇게 반문하고 싶은 양식 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막장까지 이른 진영·세대 간 갈등의 소용돌이에 질식해 아예 입을 빼앗기고 말았다.

비판의 과녁이 된 문재인정부의 낮은 수용도와 불통은 가장 큰 문제다. 이 정부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이란 분명한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문제에 올인하는 성급함과 조급증, 대북·대미 저자세로 인해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일에 정권의 명운을 건 듯한 모습에 전통적 지지층, 특히 청소년들은 아주 자존심 상해한다.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깽판쳐도 괜찮다’는 심산의 재현인지 다른 건 안하무인이다. 온 나라가 경제파탄을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독려했던 문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은 나쁜 경제사정보다 더 나쁘다. 국민·시민·유권자 모두 기가 막히지 않으면 정상이 아닐 정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정부의 확증편향은 이전 정부가 그랬듯 책임 떠넘기기,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의식, 유체이탈화법, 내로남불의 과정을 거쳐 종국에는 폐족과 멸문의 재앙을 불러들이게 된다. 진보의 ‘보수대궤멸’과 ‘진보 20년 집권 플랜’이 ‘진보 폭망’으로 귀결될까 두렵다. 이전 정권의 전철을 답습한다는 비판이 유효하다면 문재인정부의 현주소는 분명 직진과 궤도 수정 사이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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