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개社 1천500억 매출…대구 사회적경제기업 ‘숨은 공신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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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8 07:45  |  수정 2018-12-08 07:45  |  발행일 2018-12-0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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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회적경제기업(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들이 상업화에만 골몰하는 기존 경제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외치며 활동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는 지역경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체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정부와 전국 지자체들도 항상 트렌드를 주도해가는 대구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한다. 그 이면에는 잘 드러나진 않지만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환경 기획·설계,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판로개척을 전담하는 또 다른 사회적기업의 등장, 그리고 사회적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지 않게 지원되는 사회적금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핵심 브레인 ‘대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올 첫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 3만명 발길


2016년 8월에 개소한 대구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람중심 경제구현에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누구나 한번쯤 거쳐가야 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에 있어선 ‘컨트롤 타워’기능도 한다. 서울·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세번째로 문을 연 대구시 사회적경제센터는 민·관 거버넌스 구축,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 확산, 연구자·전문가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사회적 경제영역의 파이를 조금씩 확장해가는 막중한 일을 수행한다.

민·관 거버넌스는 민·관정책협의회, 기초단위협의회를 통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일이 핵심이다. 지역 예술가와 대구에 소재한 공연·케이터링분야 사회적 경제기업이 결합된 ‘문화회식 프로그램’과 같은 새로운 공동 비즈니스 모델도 제시했다.

특히 13개 정부부처, 대구시와의 협업을 통해 올해 최초로 열린 ‘사회적경제 통합 박람회’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도권외 지역에서 전국단위 사회적경제박람회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박람회기간 3일동안 3만명이 다녀갔다. 이 녹록지 않은 업무를 대구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중심이 돼 진두지휘했다.

올해 9월말 현재 대구의 사회적경제기업수는 825개이고, 일자리 수는 7천672개로 집계됐다. 2014년말과 비교해 기업 수는 363개, 일자리는 3천272명이 증가했다. 매출액도 760억원에서 1천500억원으로 2배 뛰었다. 내년엔 지속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사회적금융 활성화, 공공서비스시장 본격 진출, 지역사회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업계획을 집중 논의한다.

김재경 센터장은 “교육, 돌봄, 급식 등 우리 사회에는 필수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지만 너무 상업화된 영역이 많다. 이런 곳에 사회적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로개척 길라잡이 ‘무한상사’
임직원 5명 발로 뛰며 설명회…전용몰 운영


대구지역 사회적 경제기업 중에는 종합유통채널을 담당할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무한상사)이 있다. 무한상사(옛 동구 도평동사무소 2층)는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이 만든 제품의 판로개척에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올해 6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사회적경제 기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또다른 사회적기업인 셈이다.

51개 기업(조합 25곳·회원사 26곳)이 십시일반 낸 출자금(3천450만원)을 사업밑천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뒤 1년 만에 162건의 계약을 성사시켜 12억3천만원의 매출고를 올리는 성과를 냈다.

사회적경제에 특화된 종합유통채널의 필요성은 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경제기업과 수요처인 공공기관들이 서로를 너무 몰라 미스매칭이 자꾸 생긴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엄밀히 말하면 공공기관은 어떤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제대로 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했고, 홍보 및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은 공공시장 진입 절차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이 간극을 무한상사가 중간에서 연결해주며 상품거래를 주선하는 것이다.

무한상사 전체 임직원 5명은 제품 수요처인 공공기관을 직접 찾아다닌다. 제품 실수요 파악 등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부분은 실제 만나면 대부분 해결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현장만남을 통해 지역의 사회경제적 기업 소개와 함께 개별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 공사 등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설명회만 14회 개최했다. 지난 9월에 한국가스공사와 온라인 구매 협약도 체결했다.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의 공공시장 진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모델도 마련했다.

공공기관 등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한데 모은 전용몰도 운영한다. 명절·근로자의 날·창립기념일에는 특화된 상품거래도 실시한다. 동절기 때는 각 공공기관별로 추진하는 사회공헌분야 사업과 연계해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방한물품, 도시락을 준비한다. 김장행사 대행 등 연계 사업도 직접 한다.

임영락 무한상사 사무국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은 수익금의 일정부분을 사회적 목적으로 재투입하기 때문에 성장할수록 지역사회는 더 건강해진다. 증식형 나눔모델을 추구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금융 지원 ‘신용보증기금’
올 대구경북 78곳 133억 ‘돈줄’ 역할 톡톡


사회적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역시나 돈줄이 마르지 않아야 한다. 다행히 정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사회적경제기업에 총 5천억원(연간 1천억원)의 보증을 공급한다. 올해는 대구·경북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 78곳에 총 133억원을 지원했다(전국 648개소·1천32억원 지원). 사회적기업·협동조합에 대한 특례보증한도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했다. 마을기업 및 자활기업에 대한 특례보증상품도 신설했다.

올해 3월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일반보증 취급기준을 제정, 특례지원한도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우대조건을 적용한다. 또한 사회적경제기업이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3~5년 중기자금을 최대 3억원까지 조달가능한 유동화회사보증 상품을 만들었다. 표준 사회적성과 평가체계(2019년 도입)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달 중 최종용역보고서가 나온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경제기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기 위한 방편이다.

내년엔 지원대책이 더 업그레이드된다. 소셜벤처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지만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분야를 집중지원하는 맞춤형 보증상품이 등장한다. 은행·사회적금융 중개기관 등과는 업무협약을 확대해 연계할 신상품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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