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벤처 사업가, 무인결제시스템으로 ‘벤처인생 2막’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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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8 07:50  |  수정 2018-12-08 09:18  |  발행일 2018-12-08 제13면
■ ‘레이월드’ 류지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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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창 <주>레이월드 대표가 무인결제시스템 브랜드 ‘담다’ 앞에서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와 관련해 다수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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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월드가 자체기술로 만든 무인결제시스템 ‘담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유례없는 벤처 열풍’이 일었다. 대기업과 연구소, 대학의 수많은 인력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벤처업계로 뛰어들었고 벤처기업 수는 1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많아졌다. 정부가 IMF 외환위기로 황폐해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정보통신산업을 적극 육성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정보통신산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벤처 열풍도 사그라졌다. 한국의 벤처 1세대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회사를 접어야 했다. 이런 가운데 고난과 역경을 딛고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한 대구지역 벤처기업이 있다. 올 10월 대구시 프리스타기업으로 선정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전문기업 <주>레이월드(대표 류지창)다.

◆인터넷망 활용 사업 꿈꾸던 벤처 1세대

류지창 레이월드 대표는 대구지역의 ‘벤처 1세대’로 통한다. 그는 1997년 2월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대구 남구 남산동 인쇄골목에 39㎡(12평) 규모의 회사 ‘스페이스’를 차렸다. 대학 4학년 때 천리안 IP 관련 사업을 준비했는데 실제 창업은 직원 3명과 CD-ROM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을 했다. 연매출은 5천만원 정도였다. 1년 뒤에는 영남대 정보통신창업보육센터에 1호 기업으로 입주했다.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ADSL)을 활용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임차료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창업보육센터는 창업지원 공간과 기자재를 빌려주는데 특히 인터넷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

류 대표는 “당시 인터넷은 전화선을 활용하던 때라 속도가 느렸는데 영남대 창업보육센터는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을 깔아 정보통신 관련 창업자에겐 요긴했다”고 말했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류 대표는 애니메이션 포털 사이트 ‘애니월드’를 만들었다. 일본과 국산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던 당시 회원은 12만명에 달했다. 대중의 관심사를 빨리 파악해서 만든 사업 모델이었지만 수익이 나지는 않아 본전도 못 건졌다. 웹하드 형태였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사용료를 받고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탓이다.

이후 인터넷 교육교재을 개발하거나 IT 관련 영상 등을 제작해 연매출 5억원을 4~5년 유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과도기를 겪게 됐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면 매출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류 대표는 2년간 회사를 떠나 교육전문기관에서 임베디드(특정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가능한 모든 컴퓨터)에 대해 공부했다. 시장의 변화를 앞서 예상해 대비하고 신성장 산업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디지털 사이니지 전문기업으로 우뚝 서다

회사로 복귀한 류 대표는 변혁기를 거치면서 ‘디지털 사이니지’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고, 사명을 스페이스에서 ‘레이월드’로 바꿨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식·음료, 패션, 뷰티, 유통 등 다양한 업계의 매장에서 사용되는 쇼핑 정보 및 광고, 프로모션을 송출하는 디스플레이 미디어를 말하며 ‘DID(Digital Information Display)’라고도 한다. 포스터, 배너, 현수막 등의 인쇄물이 아닌 디지털 화면을 통해 신제품 홍보, 이벤트, 서비스 소개 등의 광고 콘텐츠를 송출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그에 따른 매출 상승의 효과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마케팅 툴로 알려져 있다.

류 대표는 2007년 서울도시철도의 행선안내기 사업에 참여하면서 행선안내기에 관련된 디지털 사이니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최종 입찰에는 떨어졌지만 지역 대학 사내방송 등 다른 판로를 뚫어 디지털 사이니지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화면 분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연매출은 10억원에서 15억~20억원으로 올라갔다.


90년대 후반 포털 ‘애니월드’ 만들어
수익모델 못찾아 본전 못 건지고 접어
변혁기 거치며 디지털 사이니지 선회
화면을 통한 광고콘텐츠 송출 툴 제작

메뉴보드 등 기능 망라 ‘담다페이’ 출시
1대당 350만∼650만원선 가격 저렴


류 대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현실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광고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로 대표되는 스마트 시대의 광고문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시간과 공간에 제한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광고주가 원하는 광고를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고, 대중 역시 흥미로운 광고만 골라서 접할 수 있는 시대가 개막됐다”면서 “기존 사업을 시장의 변화에 맞춰 혁신하고, 산업의 주기를 살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혁신 거듭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벤처기업

류 대표는 사업이 번창할 때일수록 혁신과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자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한 ‘담다’라는 화면 송출 제품을 출시했다. 관공서나 전시관 등에서 홍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메뉴보드, 결제단말기, 주방관리프로그램, 주문번호 인쇄기로 구성된 무인결제시스템 ‘담다페이’를 출시했다. 키오스크(무인 주문 및 결제 단말기)는 최근 들어 음식점 등에 유행하고 있지만 레이월드가 무인결제 소프트웨어 개발에 돌입한 것은 2016년이다.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키오스크가 속속 확대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추후 레이월드에서 관련 하드웨어까지 개발하면서 완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안정화하는데 1년 넘게 걸려 올 3월부터 양산 중이다.

담다페이는 기존의 메뉴선택, 결제와 대기번호 발급 기능까지 갖췄다. 가격은 350만∼600만원대로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가맹점에 제공하는 평균 800만∼1천만원대 기기보다 저렴하다.

매장 규모에 따라 이용자가 서서 사용하는 스탠드형과 테이블 위에서 이용하는 탁상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1년 전 직원 3명으로 출발한 대구지역 1세대 벤처기업은 혁신을 거듭해 강소기업으로 발전했다. 대구도시철도와 부산도시철도는 레이월드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2015년 동구 매여로에 1천950㎡(590평) 규모의 회사 건물을 지었다. 직원 수는 30여 명으로 늘었고, 올해 연매출은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류 대표가 꿈꾸는 목표는 한 가지다. 그는 “‘올 디스플레이, 원 솔루션’을 꿈꾼다. 한 가지 기술로 모든 디스플레이를 제어하는 게 레이월드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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