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명 위협하는 지하 노후설비들, 빨리 교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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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8   |  발행일 2018-12-08 제23면   |  수정 2018-12-08

생활 편익을 위해 설치된 지하 매설물이 인명을 해치는 흉기로 돌변하고 있다. 귀갓길 시민이 누출된 지역난방용 온수배관의 펄펄 끓는 물을 뒤집어 쓰고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백석동에서 일어난 온수관 파열 사고 얘기다. 이 온수관은 1991년 묻은 것으로 27년이나 된 낡은 설비로 확인됐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지하 2.5m에 묻은 지 20년 이상된 노후 온수관은 도처에 널려 있어 사고 위험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올해 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도 20년 이상 된 낡은 온수 배관이 두번이나 터져 수천가구의 난방이 중단되기도 했다.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푹 꺼지는 싱크홀도 상·하수도관 누수 등 노후 지하시설물과 관련된 게 대부분이다.

서울의 KT 아현지사 통신구 광케이블 화재사고로 통신대란이 발생한 지 채 한달도 안됐다. 지하시설물에 대한 제대로 된 통합지도조차 없다고 한다. 이러니 지하시설물의 안전관리가 적기에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사고가 서울 시내나 수도권에서만 일어나라는 법도 없다. 대구경북도 도시 지하엔 요지마다 온수배관이나 통신선, 가스배관, 상수도관 등이 매설돼 있다. 그 위로 매일 수많은 사람과 차량이 오가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인명이 손상되는 중대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실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런 다양한 설비들이 매설돼 있는 지하공동구는 용도별로 관리주체가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통합 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1차 관리 책임자인 지자체도 지하 시설물의 현황·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대구는 오래전 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의 큰 아픔을 겪었다. 노후 지하시설물 탓이 아니라 인간 방화에 의한 참사였지만 그 트라우마는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하도나 지하공간의 설비들은 더 철저히 점검되고 관리돼야 하는 이유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에 비견되는 이런 매설물의 파열로 인한 인명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인간이 편익을 위해 발전시킨 문명의 우울한 그늘이다. 무엇보다 사고 가능성을 안고 있어도 인명피해가 나야 땜질식 수습만 하는 관계기관의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땜질식 처방 대신 근본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노후설비는 적기에 교체해 사고를 미리 막아야 마땅하다. 오래된 땅밑 인프라들이 지뢰밭으로 돌변하기 전에 관련 기관과 지자체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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