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 (2) 자치경찰제

  • 노진실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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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0   |  발행일 2018-12-10 제6면   |  수정 2018-12-10
“국회 문턱 넘느냐가 관건…재정부담·수사권 조정 합의 이뤄야”
20181210

영남일보와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 지방분권 연속 토론회 ‘긴급진단…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 두번째 주제인 ‘자치경찰제’에 대한 토론회가 지난 5일 오후 영남일보 7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기우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의장(인하대 교수)이 사회를 맡은 이날 토론회는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공동대표, 안권욱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정책부위원장(고신대 교수), 양영철 제주대 교수, 하혜수 경북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에서 양 교수는 “이제는 자치경찰을 실시해도 될 때라고 본다. 오랫동안 논의됐고, 제주의 자치경찰제 운영으로 경험도 많이 쌓였다. 일단 실시하자는 것에 힘을 모아야 한다.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가 커야 한다. 또 자치경찰 운영에 있어 조례를 많이 활용해 자치단체별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경찰의 패러다임을 바꿨으면 좋겠고, 자치경찰제 실시가 그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상임의장은 “자치경찰제가 이번에는 실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토론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자치경찰 실시의 목적은 결국 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기초단체와 시·군·구의 주민들이 소외돼서도 안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치경찰제 전반에 대한 2시간이 넘는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양영철
제주 자치경찰제 통해 경험 쌓여
일단 실시하자는 데 힘을 모아야

◆안권욱
시범실시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
지방재정, 중앙 예속 심해질 수도

◆김성호
기초단체장의 인사권 관여 보완
주민에 의한 통제장치 마련돼야

◆박재율
재정 어려운 곳은 치안공백 우려
지역별 부익부빈익빈 현상 가능성

◆하혜수
공동세 제도 도입도 고려해봐야
재정책임 확보…격차 완화 가능

▶이기우(사회자)= 김대중정부에서 자치경찰 실시를 약속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실시하는 데 애로사항은 없는지.

△양영철= “이번 정부에서는 상당히 실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선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경찰청도 스스로 나서고 있다. 요즘 시도지사협의회 등에서 보면 스스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겠다고 나서는 지자체가 많아졌다. 적극적으로 실시를 희망하는 지자체도 있고, 자치경찰에 대한 각 시·도의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안권욱= “이번에도 자치경찰제가 시범실시에 그냥 그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결국 재정 문제인데, 재정분권은 사실 이 정부에서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자치경찰 실시로 지방재정의 중앙정부 예·종속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도 본다. 행정안전부가 ‘자치분권 로드맵’에서 본래 제시했던 국세지방이양정책을 현 정부가 포기하면서 다른 자치분권 정책 역시 포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혜수= “김대중 전 대통령 때를 기억해보면, 당시 임명방식 등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 바 있다. 또 경찰조직 상층부는 국가경찰, 하층부는 자치경찰인 구조였는데, 그런 부분이 좀 부딪히는 점이었다. 당시엔 경찰의 반대가 상당했기에 자치경찰 추진이 뒷걸음질 쳤다. 이번에는 당시의 문제점들이 많이 해소가 됐지만, 남아있는 것은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냐 안 잡히냐의 문제인 것 같다. 자치경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있느냐도 문제인데, 국민도 좀 긴가민가하는 거 같다. 국민에게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 있다.”

△김성호=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에 의한 통제 장치다. 운영에 있어 주민 참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박재율= “자치경찰제 도입은 경찰의 전체적 개혁과 같이 돼 있어서, 경찰이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경찰도 여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부 때보다 행정 차원에서는 자치경찰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금 국가경찰 하에서 우리나라 치안 수준이 높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 치안 공백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그 우려를 해소할 만한 장치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이기우= 자치경찰이 실시되면 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무엇이 달라지나.

△김성호= “국가경찰제가 간과하기 쉬운 지역특성을 고려한 주민 중심의 치안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주민의 요구를 치안 정책에 반영하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과 관련해 자치경찰이 전담해서 마크해 주고, 사건 발생 시 즉각 대응이 용이한 시스템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치경찰이 갖는 큰 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경찰의 정치성도 많이 배제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재율= “우선 주민밀착형·주민친화적 치안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경찰권의 분산을 통해 경찰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고, 지방분권 강화와 지방자치 활성화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안권욱= “경찰조직의 지방분권적 시스템을 통해 경찰조직 및 기능을 주민 가까이에 두고, 질서 및 안전 서비스를 주민의 뜻이 존중된 상태에서 생산 및 공급하는 것이 자치경찰의 존재 이유다.”

▶이기우= 현재 추진과정 평가와 전망, 보완점은.

△하혜수= “문재인정부의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은 제주도 모형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도의 자치경찰제에서 미흡한 점을 발견하고 수정된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기여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사무 구분, 인력 이양과 신분, 재정 확보 문제, 수사권 조정 문제로 또다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우선 사무 구분을 살펴보면, 국가경찰이 정보와 보안, 외사 등의 사무와 수사·민생 치안사무 중 전국 규모, 통일적 처리 필요사무를 담당하고,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청소년의 교통 등 주민 밀착 민생치안활동 및 이에 관련된 수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공동으로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무 구분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민생치안과 강력범죄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므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협력을 담보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 경찰서와 지역순찰대를 국가경찰이 담당하고 지구대와 파출소를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상황에서는 국가경찰의 지배가 유지되고, 자치경찰의 자율적인 판단이 제약될 수 있다.”

△김성호= “정부가 제안한 자치경찰제는 민생치안 수사권을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것이 제주 자치경찰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경찰 인력 일부를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것 역시 중앙집권적 경찰 제도의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다만 여러 전문가의 지적처럼 기초 단위 민생치안에 대한 주민의 평가 견제 감시장치가 없고, 기초단체장의 경찰지휘권 인사권 관여는 반드시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양영철= “향후 자치경찰제 추진을 위해서는 우선 재정부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또 자치경찰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도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 해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검경 수사권 문제 해결과 관계없이 자치경찰제를 추진한다고 천명했지만, 검경 수사권 추진 정도와 자치경찰 추진 동력은 비례 관계에 있다.”

△김성호= “개인적으로 제주 모델은 자치경찰이 행정·관광경찰 정도로 제한돼 한계를 보였고 보완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박재율= “제주 자치경찰 모델은 음주단속 같은 것도 못하고 제한이 너무 많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기우= 자치경찰은 어떤 일을 하며 국가경찰과 사무중복은 없는가.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 어떤 관계가 있나.

△박재율= “정보·수사·보안·대테러·마약은 국가경찰이, 민생·생활안전·교통·여성청소년·가정폭력·공무집행단속·초동조치권은 자치경찰이 맡게 되는 것이다. 업무는 국가경찰 소관이더라도 자치경찰이 초동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양영철= “예를 들어 무면허차, 보험사기 사건 등은 전국적인 사안이다. 업무 경중을 따져 고도의 수사권이 필요한 부분은 국가경찰에 사무를 줄 수밖에 없다. 중간 정도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공동 사무로 한다. 경찰 사무는 행정업무처럼 소관을 명확히 불리할 수 없는 것이 많다.”

△김성호= “자치경찰이 광역중심의 조직구조를 갖는다면 민생치안 사무라는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도다. 그런 점에서는 이번 정부안의 설계가 일부 잘못됐다고 본다. 가장 현장에서 일어나는 민생 치안 지휘를 광역 단위에서 한다는 것은 이야기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기우= 자치경찰을 도입하면 그 재원은 어떻게 충당하며, 재정 책임 문제는.

△하혜수=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할 때 가장 큰 이유는 재정력 고민 때문이었다. 산골 작은 기초단체들의 재정력으로 자치경찰제를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교부세로 이 문제를 푼다면 기초 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을)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 교부세가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양영철= “박근혜정부 때는 절대 증세는 없다고 했으니 여지가 없었고, 지금은 여러 논의가 될 수 있다. 범칙금 징수율을 높이는 것도 재정 충당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안권욱= “재정 문제는 어차피 지금 군(郡) 지역 같은 경우는 풀 수 없는 문제다. 현 상황에서 군 지역에는 자치경찰 하라는 것이 웃기는 일일 수도 있다. 지금 할 수가 없지 않나.”

△박재율= “정부안을 보면 시범 실시 초기에는 국비 부담 원칙이고, 단계적으로 지자체 부담으로 돼 있다. 문제는 지금 경찰 외 전반적으로 교육이라든지 재정이라든지 모든 게 분권화돼 있는 체계가 아닌 상황에서 지방경찰제를 시행할 경우, 지자체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부유한 광역지자체는 경찰인력을 더 쓰고, 그렇지 못한 곳은 덜 쓰고. 그러면 치안공백 우려도 제기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하혜수= “공동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별로 공동세 일부는 경찰 재원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수평적 조정장치를 곁들여 공동세를 도입하는 것이 재정책임도 확보하면서 재정격차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안권욱= “재정 거버넌스 체계가 확실하게 구축이 안된 상태에서는 공동세 운영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리=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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