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선생님, 그 언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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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0 07:46  |  수정 2018-12-10 07:46  |  발행일 2018-12-10 제15면
[행복한 교육] 선생님, 그 언어의 온도

짝짝짝…. 다들 미소가 퍼졌다. 부드러운 음색, 상대를 배려하는 지시(?), 강요하지 않는 가르침, 특히 적절한 감성적 단어 선택과 군더더기 없는 말의 흐름이 편안했다. 며칠 전 학교폭력 이해 제고를 위한 직무연수에서 새내기 남교사의 수업사례 발표를 들으면서 그가 수업하는 교실에서 학생들은 적어도 선생님으로부터 존중 받는 느낌을 가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젊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인프라인데 훈남에 따뜻한 공감 능력까지 더해진 수업이니 얼마나 좋을까.

상대적으로 나이가 든 교사는 공문을 보는 듯한 단어와 의지에 찬 어조로 언어든 비언어든 표현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선생님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본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교사인지 알 것이다. 그러나 신념을 가지고 가치를 부여하며 일에 매달린 희생이라 절대로 쿨할 수 없는 대척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주도하는 교육활동에 비협조적인 동료후배를 보면 섭섭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표현하면 부담스러운 선배가 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람의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고 그 말을 듣는 사람과의 관계가 권력관계일 때 더욱 그러하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 남자’를 쓴 사회학자 최태섭에 따르면 군 복무 경험은 한국 남자들이 가장 크고 넓게 공유하는 집단적 트라우마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의 남성성은 고착되어 사회의 진보도 어렵다고 한다. 우리네 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고 ‘쓰읍’하는 호흡으로 아내와 자녀에게 자신의 거부 의사를 밝히고 힘들지 않게 가정을 평정(?)했다. 어린 꽃송이 같던 여중 시절, 일부 선생님들은 목소리를 깔았다가 신경질적으로 톤을 높여 ‘이것들이 군기가 빠졌나’라고 자주 소리쳤다. 아직도 직장에는 다들 의견을 내라고 하고는 ‘입 다물어! 결정은 내가 해’라고 가뿐싸(갑자기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상사가 있다.

여성을 TV 앞에 모으는 드라마엔 어김없이 정서적 허기를 달래주는 멋진 남성이 있다. 번지르르한 말로 순진한 여심을 속이는 말잔치가 아니다. 거기서 거기인 수많은 드라마를 섭렵해 온 덕후들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을 때 절대 매료당하지 않는다. 사랑이 깃든 절실하고 소중한 표현이 좋은 것이다. 기다림, 정성스러운 선물, 따뜻한 말, 마음을 읽는 신체적 접촉, 아름다운 분위기 등에 감정이입이 되어 자신의 그렇고 그런 오늘을 위로 받는 것이다. ‘언어의 온도’ 저자는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라고 강조한다. 상황과 대상에 맞는 대화법과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올 겨울에도 미얀마에 간다고 한다. 수포자가 몰려 있는 3학년 수학 하반을 도맡아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들의 따뜻한 선생님이 되어주는 중견 남교사다. 지지리 수학을 못해도, 생태적으로 수학을 싫어해도 아이들의 세상을 수학으로 만난다. 막말하고 흐트러지며 쉽게 싫증내고 갑갑해하는 학생들을 붙들고 조곤조곤…, 과하지 않게 수업을 이끈다. 이들의 행복한 수학선생님이 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한다. 그가 만났던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명상하며 몇 년째 미얀마까지 가서 스승을 만나고 ‘마음 챙김’ 수련을 하는 것이다. 어려운 처지에 공감할수록 깊어지는 자괴감과 무력감, 번아웃 증상에서 자기 자신도 돌보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고 주체적인 한 사람으로, 또 타인과 연대하며 돌보는 자로 살 수 있을 것인가. 한 해가 저문다.

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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