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삼성이 망하는 걸 두려워 마라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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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0   |  발행일 2018-12-10 제30면   |  수정 2018-12-10
[하프타임] 삼성이 망하는 걸 두려워 마라
구경모 서울취재본부 기자

삼성에 대한 걱정이 또 다시 많아진 요즘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때문이다. 현재 드러난 정황으로 봐선 분식회계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심각한 이유는 기업의 적법한 회계 처리를 감사해야 할 대형 회계 법인들이 긴밀히 공모한 정황이 발견됐다는데 있다.

2001년 약 1조5천억원의 이익을 부풀리며 회계장부를 조작한 미국 에너지·통신 기업 ‘엔론’과도 유사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엔론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회계조작의 규모(4조5천억원)와 대담성을 보면 엔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분식회계 사건에서 최고경영층의 이해관계와 회계법인의 묵인이라는 특성이 나타나는데, 이번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회계법인이 투명한 기업 경영을 위한 시스템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국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서 공적 시스템이 작동한 셈이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우리는 당연히 삼성을 강력히 처벌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언론부터가 삼성 변호에 나서고 있다. 국가경제가 걱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정의는 모호하고 삼성의 힘은 명확한 탓이다.

삼성에 상식이 통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사업주’란 상식이 통용되는데 11년이 걸렸다.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까지의 기간이 무려 11년이었다. 삼성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회유와 협박을 거듭하는 조폭 행태를 보였지만, 법적으로 처벌받았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6년 전 삼성전자 백혈병 역학 조사를 진행했던 한 의사를 만난 적이 있다. 의사는 “어떤 전문가는 하늘을 보고 ‘파랗다’하고, 누구는 ‘푸르스름’하다고 한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도 똑같다”며 “결국 정부가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은데엔 정부 탓이 크다는 질책이다.

삼성은 ‘패러독스’다. 국가경제를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삼성과 분식회계, 정경유착을 일삼는 삼성은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패러독스의 칼을 들이밀고 묻는다.

“삼성은 대한민국에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당당하려 한다면 “삼성이 망하는 걸 두려워 마라”라고 외치는 ‘미래소년 코난’ 같은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인더스트리아(산업사회)’에 맞서 라나를 구하고 하이아그라(소규모공동체사회)로 떠났던 코난의 용기는 미래를 열었다. 이는 ‘정의란 무엇인가’란 근원적 질문으로도 연결된다.

정의를 법치로 정의한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인 ‘삼성’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엔론과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1년 뒤인 2002년 모두 파산했다. 레이 엔론 회장은 24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복역 시작 전 심장마비로 숨졌고, 스킬링 대표는 14년 복역 뒤 올해 8월에야 풀려났다. 삼성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미래와 정의에 대한 우리의 자세이기도 하다. 구경모 서울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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