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시의 자부심으로 부상한 대구FC의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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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0   |  발행일 2018-12-10 제31면   |  수정 2018-12-10

대구 시민프로축구단 대구FC가 마침내 챔피언 자리에 등극했다. 지난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치른 ‘2018 FA컵’ 결승 홈경기에서 대구FC는 울산현대를 3-0으로 완파했다. 1차전 2-1 승리에 이은 완승이다. 창단 16년 만에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부리그를 오락가락하던 팀의 욱일승천이다. 그것도 80여 개의 프로와 아마추어 팀이 총출동해 명실상부한 국내 왕좌를 가리는 FA컵에서다. 영하의 날씨 속에 1만8천315명의 올해 최다 관중이 운집했고, 창단 최고의 날이 됐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별로 유쾌할 일이 없던 대구에 축구팬을 떠나 시민 모두를 들뜨게 한 주말이기에 충분했다.

대구FC의 비상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대구FC는 2002년 월드컵 열기에 자극 받은 대구가 시민 주식을 발행해 국내에서 처음 창단한 시민구단이다. 대기업 산하의 유수 프로팀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재정적 후원과 선수 스카우트에서 열세였던 만큼 과정은 험난했다. 한때 2부 강등과 평균 관중 966명이란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던 팀이 지난해 K리그에 잔류하면서 전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올해 러시아월드컵의 스타 조현우의 등장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조현우는 독일을 격파한 직후 인터뷰에서 ‘대구시민에게 고맙다’는 첫 일성으로 대구를 흥분시켰다.

무엇보다 시민 성원이 컸다. 바로 ‘대구FC 엔젤클럽’이다. 대구FC를 명문구단으로 키우자며 의기투합한 이호경 엔젤클럽 회장, 강병규 상임부회장 등 지역 인사들이 3년 전 출범시켰다. 일반 스포터스가 아니고 팀을 재정적으로 후원한다. 100만원씩 많게는 수천만원을 내는 회원이 벌써 1천300명을 넘었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스포츠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다. 타 구단들이 경이적인 눈으로 보는 대목이다.

대구FC는 이번 우승으로 창단 후 처음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다. 내년 3월12일 대구FC의 새로운 축구 전용구장인 북구 고성동 ‘포레스트 아레나’(가칭)에서 중국 광저우의 에버그란데와 대결한다.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 팀과도 홈 앤드 어웨이 경기가 있다. 특히 에버그란데는 해외 원정 시 수천명의 팬을 몰고 다닌다. 대구의 호텔 숙박이 걱정될 정도로 전례없던 축구팬 특수가 기대된다고 한다.

250만명 대도시 대구는 한쪽으로만 성장할 수는 없다. 정치·경제·문화·스포츠 등 모든 방면에서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 요인들을 찾고 발굴해야 한다. 대구FC가 그런 선도적 모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대구FC의 우승은 시민의 우승이다. 대구의 자부심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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