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2018 대구경북 경제.2] 걸음마 단계 신산업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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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  발행일 2018-12-12 제6면   |  수정 2018-12-12
물 산업 96% 내수시장 의존…전기차 생산은 정부 인증 ‘늑장’
[긴급진단 2018 대구경북 경제.2] 걸음마 단계 신산업
[긴급진단 2018 대구경북 경제.2] 걸음마 단계 신산업
대구경북지역 주력산업이 침체기에 들었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탓에 지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되는 물산업클러스터 건물 전경(왼쪽)과 올 하반기 양산할 예정이던 제인모터스 준공식 모습. 1t전기 화물차를 생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아직 환경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영남일보 DB>

대구·경북 경제가 주력 산업 침체로 악순환 늪에 빠져 있지만 이를 만회할 새로운 먹거리 산업 부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산업이 아직 지지부진한 탓에 침체의 늪에 빠진 지역 경제를 늪에서 건져 올릴 만큼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의료, 물 등 다양한 산업을 발굴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나섰지만, 그 출발이 늦었던 탓에 아직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역 경제를 떠받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는데까지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미 지역의 대표적인 섬유산업이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무너졌고, 2010년부터 호황기를 누리던 자동차부품산업의 경기도 2016년 이후 급격하게 냉각된 상황이어서 지역 경제를 이끌 리딩산업의 부재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역 경제 침체 기간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다.

▶물산업
사업비 2817억 물산업 클러스터
물기술인증원이 성공 필수요건
인천·대전 등과 유치 경쟁 펼쳐

▶전기차
환경부 인증절차 아직도 진행중
1t화물차 올 하반기 양산 무산
일정 지연되며 부품기업 이중고


◆블루골드, 물산업, 아직 희망만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기관 GWI는 2030년 세계 물산업 시장규모를 1조1천306억달러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물산업 규모는 세계 12위권이지만, 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11.7명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해 96%가 내수시장만 바라보는 처지다. 발전과 성장가능성이 크지만, 아직은 각 기업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도 된다. 대구시의 입장에서는 이를 더 키워나가겠다는 생각이지만, 당장 먹을거리가 급한 대구시민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65만㎡ 규모로 조성되는 물산업클러스터는 2천81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가 프로젝트로, 내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21개 기업이 물산업클러스터 입주 계약을 마쳤고, 대구시는 2020년까지 50개 기업과 30개 연구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물산업클러스터에 반드시 필요한 국가기관 한국물기술인증원의 대구 유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유일의 물산업클러스터인 만큼 물기술인증원은 당연히 대구에 와야 한다는 것이 대구의 생각이지만, 21세기 블루골드라고 불리는 물산업을 노리는 인천·대전·광주 등 지자체도 물기술인증원 유치 경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입지는 내년 상반기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로서는 물산업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물기술인증원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산업 관련 기관 관계자는 “관련 업계에서는 물기술인증원이 물산업클러스터가 있는 대구로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증원이 대구로 온다고 해서 물관련 기업이 갑자기 급성장하는 것이 아니어서 지역 경제에 심리적 활기는 불어넣을 수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국내 물산업 기업이 규모는 적지만, 기술력은 있는 만큼 인프라와 지원이 조금만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조만간 기대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산업 육성, 아직 걸음마 단계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2016년 200대에 그쳤던 대구지역 전기차 보급은 2년 차인 지난해 전년보다 10배나 많은 2천127대로 늘어났다. 전기차 소비도시로는 이미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정작 생산인프라 구축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애초 올해 하반기에는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던 1t전기화물차 생산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1t전기화물차 생산은 전기차 상용화를 위한 첫 단계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전기차 생산도시로의 첫발도 내딛지 못한 셈이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1월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제인모터스의 1t용 전기화물차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고 늦어도 올해 하반기 양산, 보급에 나서야 했다. 실제로는 아직 정부의 인증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전기차 판매를 위해서는 국토부의 차량안전인증, 보조금 지급차종 등록을 위해 환경부의 차량성능인증·보조금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제인모터스 전기화물차는 지난 10월에야 국토부 인증을 받았다. 총 15개 항목 인증(공인수치 3개 항목 + 보조금평가 12개 항목)을 받아야 하는 환경부 인증 절차는 지난 9월 초 서류를 제출,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토부 인증도 늦어진데다 환경부 인증도 9월에 신청했지만 2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겨우 시험 일정이 잡힐 정도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대구시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내년초 환경부 인증 완료 후 양산·판매에 나서겠다고 계획을 새로 고쳐잡았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기차 생산일정이 지연되면서 자동차부품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부품하도급업체는 기존 일감이 줄어든데다 전기차 생산일정마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새로운 일감조차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대구시의 미래형자동차산업 생태계 조성사업이 눈에 보이는 부분인 보급,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 등에만 쏠리고 정작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개발을 통한 원천기술확보나 이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도록 하는 인재육성 등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형 투자보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유형 투자에 쏠려 있고, 산업을 선도할 원천기술의 연구개발에도 인색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생산기반 구축, 전기 상용차 양산 등과 같은 제대로 된 내실있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적은 지난달 8일 열린 대구 미래산업추진본부에 대한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나왔다.

김동식 의원은 “전기화물차 생산업체로 제인모터스와 계약해 국토부 인증을 통과했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기존 차량에 대한 성능 시험이어서 통과는 당연한 것이었다. 전기차와 관련한 문제는 환경부 인증인데 이는 아직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고, 통과가능한 시기도 물어볼 때마다 바뀌고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이번에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더욱이 100% 자체 기술이 아니라 대기업 자동차를 개조해 만든 것이고, 통과가 된다고 해도 1회 충전거리가 120㎞밖에 되지 않아 화물차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 인증을 신청한 기술 정도는 이미 나와있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별다른 성과없이 제인모터스의 1차 연구개발 사업이 종료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지역이 찾아낸 미래 먹거리 산업 중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구만의 특화된 산업을 세분화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기차도 완성차에 목표를 두지 말고 핵심기술인 배터리 등 하나에만 집중해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 모든 기업이 대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도 예산안을 봐도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 산업의 경우 완성차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돼 있을 뿐 핵심기술인 배터리 등을 만드는 기술개발은 대구 미래를 책임지게 할 정도가 아니라 그냥 통상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든 것을 다하려는 것은 수도권과 대기업에서도 힘든 것인데 현실적으로 대구에서 이것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안하고 보여주기만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산업, 대비책·변신노력 없어

미래 먹거리 산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자동차부품업계가 입을 피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요구 되고 있다.

하병문 의원은 “전기차 보급으로 기존 내연기관 부품하도급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테크노파크(TP), 지능형자동차 부품연구원 등이 연구를 통해 1차 협력업체 뿐만 아니라 소규모 기업들도 지원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구지역 자동차부품업체 중 위기 극복이 가능한 곳은 전기차 부품을 개발, 국내 완성차가 아닌 해외 자동차 브랜드에 직접 수출망을 구축해놓은 기업들”이라며 “지역 산업 전체가 이렇게 빠르게 변신할 수 없는 것은 알지만, 전기차 보급에 신경쓰는 만큼 부품개발 등에 보다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보다 사정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이라도 국내 완성차 눈치를 보지 않고 제품 개발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연구개발 여건을 대구시가 마련해 준다면 5~10년 뒤에는 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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