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 불러낸 도서관 ‘우리 마을’ 사진전

  • 김호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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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  발행일 2018-12-12 제13면   |  수정 2018-12-12
대구 용학도서관 이달까지 열어
옛 추억 불러낸 도서관 ‘우리 마을’ 사진전
대구 용학도서관이 올해 향토자료 수집품을 전시한 기획전 ‘도서관, 우리 마을의 기억을 담다’ 사진전을 찾은 김수자씨(72·오른쪽)와 친구 손정미씨가 자신들의 여중생 시절 수성못 주변에서 찍은 흑백사진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용학도서관 제공>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대구 수성구 용학도서관 입구 한 켠에는 ‘도서관, 우리 마을의 기억을 담다’라는 주제로 옛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올해 용학도서관 향토자료 수집사업의 하나로 범물동, 지산동, 두산동, 상동, 파동의 옛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과 사진 속 주인공 등의 구술채록 자료도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1967년 앞산으로 이전하기 전의 충혼탑을 담은 흑백사진에는 “그 당시 전쟁과부가 너무 많았잖아요. 해마다 6월이 되면 혼자 사는 부인들이 참배하려 줄을 이었지. 그쪽으로는 참…(김수자씨 채록자료 중에서)”이라는 생생한 간증이 담겨져 있다.

1960년 총공사비 1억2천8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건립한 수성관광호텔의 옛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눈 내린 수성못의 고즈넉한 풍경, 눈사람을 만들어 호들갑을 떨던 여고시절의 아련한 옛추억을 되돌아보다가, 60년대 중반 꽁꽁 언 수성못에서 빙상대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다. 구술 채록 자료집을 통해 신동균씨는 “옛날 광복되고 수성못에서 스케이트 대회도 개최했다. 시내 영선못이라고 있었는데 거기 얼음이 시원찮으면 수성못으로 와서 대회하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옛날 일본식 집(ㄱ자 건물) 녹수장이 대구의 명소 ‘호반레스토랑’으로 변해가는 과정도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하다. 녹수장이 친구집이어서 아름다운 정원에서 숨바꼭질하던 김수자씨의 증언도, 봄 가을 수성못을 찾은 행락객에게 말표사이다, 삼립단팥빵, 밤과자, 파란풍차표 카스텔라, 커피 등으로 발길을 멎게 하는 흑백사진은 지켜보는 이에게도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게 한다.

6·25전쟁 당시 병원으로 사용됐던 수성초등학교 사진을 본 김씨는 “교실이 병실로 사용되다보니 팔 다리 깁스한 거 있잖아요. 이걸 자른 거를 교실바닥에 나 둔 거예요. 어린 애들이 얼마나 무서웠겠어요”라고 회상했다.

옛사진 전시회를 둘러 본 안영희씨(60)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머니의 고향을 만나고 대구의 역사와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다.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개인의 사진 한 장이 가족과 친구을 생각하고 저물어가는 한해를 돌아보게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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