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으로 태어난 ‘주부의 일상’

  • 천윤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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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  발행일 2018-12-12 제13면   |  수정 2018-12-12
글쓰기 동아리 ‘파피루스’ 11명
특강서 인연 수년간 글 함께 써
“글 교정때 자신 살필 기회 얻어”
수필집으로 태어난 ‘주부의 일상’
대구의 글쓰기 동아리 ‘파피루스’ 회원들이 최근 공동수필집 ‘일상을 수놓다’ 출판기념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는 톨스토이도, 셰익스피어도 아닙니다. 화려하고 미려한 문체는 아니지만 누구나 수긍하는 소소한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자신의 삶을 뒤로 미뤄 두고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주부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대구 동구 ‘반야월 행복한 어린이도서관 아띠’의 글쓰기 동아리 ‘파피루스’ 회원 11명이 수필집 ‘일상을 수놓다’를 출간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길진희·김경희·김선옥·김은령·김효진·맹상옥·백영순·신정혜·윤인자·하은주·황태선씨 등 파피루스 회원들은 이 마을도서관에서 사서로, 운영위원으로 봉사하는 후원자이기도 하다.

30~50대인 이들은 도서관에 자주 다니다가 3년 전 우연히 이경희 영남대 외래교수의 ‘공간과 글쓰기’라는 특강을 들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글쓰기는 혼자 하기 어렵지만 함께하는 벗이 있으면 힘이 될 것이란 이 교수의 말에 동아리를 결성하게 된 것. 하지만 처음부터 글을 쓱쓱 써내려 간 건 아니다. 동아리 이름을 수개월 지난 후에 지었을 정도로 한동안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그러다 금요일 오전마다 도서관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게 너무 어려워 책만 읽었다. 이후 어느 정도 독서량이 쌓이게 되자, 독서토론과 함께 SNS에 올릴 짧은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웃고 울고 떠들며 긁적이던 글은 처음엔 문법이 맞지 않고 비문도 많았다. 그래도 내용만은 따뜻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라고 자부했다. 때론 글쓰기를 건너뛰거나 책읽기에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지만 모임은 쉬지 않고 계속 이어나갔다. 3년여 시간이 흐르니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이 자양분이 돼 일상을 글로 표현하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됐다.

특히 주부 회원들은 두 번, 세 번 교정하는 과정에서 한 발 물러서 자신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윤씨는 “상처 받을 뻔했던 관계들이 회복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고 했고, 신씨는 “꿈은 많지만 현실은 팍팍하고 메말랐던 인생이었는데 봄비 같은 ‘파피루스’를 만나 값진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공동 수필집은 지역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발간됐다. 회원들은 평범한 아줌마도 글을 쓰고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에겐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주부 11명 모두 개인 작품집을 내는 것.

김은령씨는 “(파피루스 회원들과) 함께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회원들 개별 수필집 발간도 기대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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