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진의 사필귀정]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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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  발행일 2018-12-12 제30면   |  수정 2018-12-12
20181212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범죄를 저질러 체포된 범죄자가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그러다 보니 일반 국민들은 범죄를 저지르면 당연히 구속된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신청된 구속영장이 판사에 의해 기각되기라도 하면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정 범죄자를 구속하라는 여론이 비등하고 관련 국민청원이 제기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금년에는 구속을 둘러싼 논란이 유난히 많았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하여 유력 정치인과 재벌총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구속되어 수감되는 일이 잦다보니 이들의 구속을 둘러싸고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하였다. 몇몇 유력 인사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와 구속영장 실질심사, 그리고 구속영장 발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자세하게 보도되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서는 구속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기대나 요구와 달리 수사와 재판에서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와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대검찰청과 대법원의 범죄 처리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검찰에서 매년 처리한 인원 가운데 구속인원은 2% 내외에 불과하며, 법원의 제1심 공판사건 접수인원 중 구속인원은 매년 12% 정도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구속이 일부 남발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으나 현재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적법절차 및 엄격한 증거법칙을 준수하고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범죄자의 인신 구속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가 구속되면 당사자는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일상적 사회관계가 차단되고 직업적 활동을 비롯한 사회생활으로부터의 일시적 단절이 발생한다.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에게 구속은 방어권 행사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종종 실질적으로 처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부정·증거인멸·도주 우려 등의 사유가 있으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범죄자를 구속하는 일은 어떤 경우이든 신중해야 한다.

유력 정치인과 재벌총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의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올해 내내 지속되어 온 논란에 더하여 최근 전직 대법관 등의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에서 기각한 일에 대해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권한과 책임이 큰 인물이라 하더라도 불구속 수사의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겠으나 이 일을 둘러싸고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마땅하지만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권한과 책임의 크기에 따라 피의자의 구속에 신중을 기하는 정도가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전직 대법관의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일반 시민이 분노하는 것은 법원이 일반인 피의자에 비해 이들에 대해 특별히 더 신중한 잣대를 적용하여 특권을 주었다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사법에서 차별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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