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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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00:00  |  수정 2018-12-12
20181212

 올해의 마지막인 12월도 불과 며칠을 남겨두고 있다. 남은 달력 한 장이 떨어질 날을 기다리는 운명의 마지막 잎새 같아 세월의 흐름을 실감나게 한다. 지나온 한 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때로는 기쁨에 웃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에 주저앉아 울기도 했지만 쉼 없이 달려왔다.
 

우리의 삶은 기쁨과 슬픔이 반복되는 생활이다. 즉, 우리의 삶에는 항상 기쁜 일만 있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항상 슬픈 일만 있을 수도 없다. 유대교의 경전 ‘토라’ 주석서인 미드라시(Midrash)에 나오는 ‘다윗왕의 반지’ 일화는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어느 날 다윗왕은 궁중의 보석세공사에게 “나를 위하여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라. 내가 큰 승리를 거두어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또한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그 글귀를 보고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하느니라”라고 명령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반지가 만들어졌으며 그 반지에 새겨진 솔로몬 왕자의 글귀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다. 이 글귀는 승리나 성공에 도취돼 자만하지 말 것이며, 비록 패배나 실패를 하더라도 낙심하여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 삶의 여정에는 평탄한 길도 있고,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다. 좋은 일도 생기고 나쁜 일도 생기며, 실패가 있으면 성공도 있다. 그리고 사랑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다. 이것이 세상사다. 이 세상에는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잘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못 가진 사람이 있기에 가진 사람이 있으며, 실패한 사람이 있기에 성공한 사람이 있으며, 못 사는 사람이 있기에 잘사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즉 상대방이 있기에 자기의 존재 가치가 있으며, 상대방이 있기에 자기가 행복한 것이다. 이러함에도 오직 자기만 있고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 있다.
 

권력, 부, 명예를 얻으면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더욱이 슬픔과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 어두운 골목길이나 거리에서 방황하는 사람,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똑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힘들고 지친 삶을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그 슬픔과 고통은 더 크게 느껴지고 그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절대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이 짧은 글귀를 우리는 항상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기쁨에 도취돼 자만하지 않는지를, 슬픔에 젖어 낙심하지 않는지를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우리의 가족이나 이웃 사람의 슬픔과 고통이 곧 나의 슬픔이나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이 우리는 힘들고 지쳐 있는 가족이나 이웃 사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나눌 때 그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은 작아지고 빨리 극복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더욱더 밝고 더욱더 아름답게 만드는 길임에 틀림없다.

최 병 호(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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