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 (3) 재정분권

  • 노진실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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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4   |  발행일 2018-12-14 제5면   |  수정 2018-12-14
“분권되려면 행정구역부터 개편…도농 합치는 자치구조 만들어야”
20181214

지난 12일 대구 동구 신천동 영남일보 사옥 회의실에서 열린 영남일보·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 지방분권 연속 토론회 ‘긴급진단…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 세 번째 주제인 ‘재정분권’과 관련해 참석자들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고민인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많은 돈을 쓰고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지방정부가 ‘맞춤형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재정분권이 필수 전제조건이라는 의미다. 또 재정분권 강화를 위해 대통령직속 중앙지방재정조정기구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종웅 대구한의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김혜정 대구시의회 부의장, 박병희 순천대 교수, 안권욱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 이재원 부경대 교수가 패널로 나섰다.

▲김종웅(사회자)= 재정분권은 지방분권의 핵심적인 요소다. 그런데 재정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분권 시대에 이 재정을 어떤 가치를 가지고 배분, 사용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안권욱= “우리가 재정분권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정부 간 재정권한 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재정분권 관련 주로 이야기를 해왔던 게 세원 배분 체계와 재정조정 체계 등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돼 있었다. 세원·재정조정 체계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원과 재정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권한에 관한 부분이라고 본다. 정부가 결정하느냐 함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지방재정과 관련된 입법 과정에 지방정부가 최소한 심의 권한이라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


◆안권욱
세원·재정 결정때 지방도 참여
최소한 심의권한이라도 가져야

◆김혜정
기업 지방에 이전 세수 충원 시급
재정과 입법·행정 함께 분권돼야

◆이재원
국가보조사업 중앙부처와 연결
조직·법률 등 종합적 접근해야

◆박병희
공동세 도입때 세입 역전 우려
중앙지방재정조정기구도 필요



▲김종웅= “현 정부의 재정분권에 대한 평가와 재정분권 방향에 대한 본인의 생각, 현재 지방분권에 대한 총평 등을 폭넓게 말해달라.”

△안권욱= “이 정부가 당초에 계획했던 것을 포기한 것 같다. 과거 정부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또 하나는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할 때에 기초자치단체의 상황도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다른 세원을 기초 쪽으로 이양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소비세 확대를 통해 이양할 것은 그렇게 하고, 그게 힘든 것은 다른 방안을 좀 생각했으면 한다.”

△박병희= “우선 현 정부가 너무 세원만 갖고 논의를 하는 게 문제라는 것에 대해선 동의한다. 공동세로 가게 될 경우 ‘중앙정부의 것’과 ‘지방정부의 것’을 배분할 만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연합 같은 조직이 필요해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합의를 한 상태에서 배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세 체제로 가게 되면 적어도 현재와 같은 세입 역전 현상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자체 세입이 훨씬 적은 지자체가 자체 세입이 많은 지자체보다 많은 돈을 쓰게 될 경우 이것이 쉽게 이해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부유한 지자체가 가난한 지자체를 도와주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겠지만, 그 역전 현상이 생기면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공동세 제도를 도입할 땐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또 보조금 제도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면, 이것은 결국 중앙정부의 사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보조금사업을 만드는 곳이 중앙정부이고, 지자체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출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가 하게 되고, 그런 점에서 지방정부의 재량을 많이 제약하는 제도라고 평가한다.”

△김혜정= “지방자치나 지방분권이 되려면 행정구역부터 좀 개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지방교부세를 보면 구하고 군하고 내려오는 부분들이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구보다 군에 내려오는 명목들이 훨씬 더 많다보니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부분들이 있다. 현재 인구도 감소하고 있고 기업 분포도 편중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도농이 합쳐질 수 있도록 행정구역 개편을 해서 지방이 좀 살 수 있는 자치구조로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우선 든다. 또 국가 보조사업의 매칭 비율이 거의 5대 5로, 국가 사업을 하면서 지방의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정말 지방에서 해야 하는 부분에 돈을 거의 쓸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지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세목을 지방에서 만들 수 있는 구도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입법의 이양이 필요하다. 지방이 중앙에 목줄을 걸고 끌려가는 입장이다보니 어떤 사업이라도 하나 하려면 지방이 사정해서 국가에서 돈을 받아와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공동세도 시현하고 있기는 한데, 공동세를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이 논의가 돼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지방에 기업을 이전해 지방의 세수가 충원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종웅= 현 정부의 지방분권·재정분권에 대한 총평은.

△김혜정= “재정분권이 되려면 입법과 행정이 함께 분권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불균형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김종웅= 지방소비세가 현행 부가가치세 11%에서 15%로 상향 조정되는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생각인가.

△김혜정= “국가사업이 이양되면 거기에 따른 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양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김종웅= 재정분권에 대한 다른 분의 생각은 어떤가.

△이재원= “연방제 수준의 재정분권을 실천할 수 있는 핵심적인 국정과제는 국세·지방세 구조의 ‘7대 3’ 개편에 담겨져 있다. 막연히 20조원 정도의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한다는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난 10월 말에 정부가 발표한 재정분권 조치에서도 지방소비세의 확충과 국고보조사업의 지방이양에 대한 2단계 추진방안이 있다. 하지만 정부 간 재정관계의 기본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인식은 명확하지 않다. 지방재정을 일부 지원하는 잔여적 분권의 1세대형 관점이 전제된 경향이 있다. 촛불시민혁명 이후 국민 혹은 주민이 요구하는 재정분권과 동일한 맥락인지 여부에 대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또 중앙정부는 기획재정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많은 국고보조사업들은 중앙정부 각 부처와 수직적으로 연결돼 있다. 국세 20조원의 지방이양 실천과정에서 국고보조사업이 많은 중앙부처의 조직, 인사, 예산, 법률, 정책 프로그램에 대한 종합적인 개편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밖에도 지자체 간 약탈적 경쟁을 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분권틀’을 벗어나기 위해 지방에서부터 많은 노력들을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분권은 지방 간 약탈적 경쟁만 악화시키고, 재정여건이 양호한 대도시만의 분권이 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분권을 위해선 지방 간 연대가 중요하다.”

▲김종웅= 현재 재정분권 추진 과정에 아쉬운 부분이 있나.

△이재원= “올해 지방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선거 이후 지방의 정치가 리셋이 됐다. 지방선거 전 지방의회 중심으로 쌓여있던 재정분권에 대한 논의 내용들이 지방선거를 거치며 다 날아가 버렸다. 리셋된 상황에서 처음부터 재정분권을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속성이 없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김종웅= 재정분권과 관련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재원- 재정분권 20조원의 약속은 조기 실천돼야 하며 그중에서 순수하게 지방 몫, 즉 순증이 10조원이 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방에서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정책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다.

△박병희- 지금은 일은 지방이 하고, 세금은 중앙이 거둬가는 구조다. 재주는 지방이 부리고, 돈은 중앙이 버는 구조를 탈피하는 재정분권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리=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사진=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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