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갈매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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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4   |  발행일 2018-12-14 제42면   |  수정 2018-12-14
4人 4色 남녀간의 복잡 미묘한 사랑·인생
20181214

러시아에서 성공한 배우 이리나(아네트 베닝)는 연인이자 촉망받는 작가인 보리스(코리 스톨)와 함께 여름 휴가차 고향 별장에 내려온다. 이곳에는 ‘성공한 여배우의 아들’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외롭게 성장한 콘스탄틴(빌리 하울)이 살고 있다. 고결한 예술가이고 싶은 콘스탄틴은 같은 마을에 사는 니나(시얼샤 로넌)를 사랑한다. 무대에서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한 니나 역시 콘스탄틴을 사랑한다. 하지만 평온했던 이들 네 사람의 일상은 특별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보리스와 니나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영화 ‘갈매기’는 톨스토이로부터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대표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분석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안톤 체호프는 오 헨리, 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 소설 작가로 손꼽힌다. 영화는 원작이 지닌 사랑과 인생에 대한 유려한 통찰과 익살스러운 유머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생동감과 그들이 가진 감정의 에너지가 탄탄한 연출력과 연기력 덕에 제법 잘 살아났다. 다소 현학적이지만 결코 난해하지 않은 인물 간의 대화 역시 기품이 있으면서도 생생하다.


세계 최고 이야기꾼 안톤 체호프 희곡 영화화
‘가질수 없는 것과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


사랑에 도취되어 있는 네 남녀는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의 완성을 갈망한다. 니나와 콘스탄틴이 이상을 꿈꾸는 순수한 영혼 그 자체라면, 성공한 대배우와 작가인 이리나와 보리스는 현실에 기반을 둔다. “현대 연극은 진부하고 틀에 박혀 있다. 천박한 싸구려 대사로 뻔한 교훈을 짜내려고 할 때면 뛰쳐나가고 싶다”는 콘스탄틴의 말에 이리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허세”라고 맞받아칠 만큼 그 간극은 크다. 결국 이리나는 콘스탄틴이 준비한 연극 공연에서도 냉소를 일삼아 그의 분노를 산다.

재밌는 건 콘스탄틴과 니나도 자신들이 원했던 꿈이 아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간다는 사실이다. 니나는 자신을 도시로 데려가 무대에 세워줄 수 있는 보리스를 동경하고, 보리스를 경멸하는 콘스탄틴은 어떻게든 그처럼 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리나와 보리스 역시 자신들은 절대 되돌아갈 수 없는 그들의 젊음과 열정을 질투한다. “인간은 항상 두 가지를 열망한다. 가질 수 없는 것과 갖고 싶은 것”이라는 안톤 체호프의 말처럼 희극과 비극이 존재하는 삶의 또 다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이클 메이어 감독은 “안톤 체호프가 표현하고자 했던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 행동에 담긴 내면의 삶을 영화로 보여줄 수 있는 흥분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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