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란조끼' 5차집회에 6만여명 집결…유럽 곳곳서도 동참

  • 입력 2018-12-16 00:00  |  수정 2018-12-16
마크롱 대국민 담화 후 첫 집회서 참가자 급감…168명 경찰 연행
벨기에·伊·스페인서도 유사 반정부시위…관련 사망자 8명으로 늘어

 프랑스에서 서민경제 개선대책을 요구하는 '노란 조끼'의 5차 집회가 15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파리와 툴루즈, 보르도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처음으로 전국 차원에서 벌어진 이날 집회는 참가자 수가 지난주의 절반 규모로 줄었으나, 여전히 위험 물품 소지자 100명 이상이 체포되고 유럽 각국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이날 파리 최대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와 오페라 등에는 형광 노란 조끼를 입은시민들이 아침 9시 전후로 모이기 시작해 '마크롱 퇴진하라', '우리가 너를 해고하겠다' 등의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급진 여성주의 단체 페멘(FEMEN)의 활동가들이 붉은 후드티를 입고서 가슴을 드러낸 채 샹젤리제 거리에서 대통령 집무실인 엘리제궁 쪽으로 행진하다가 경찰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의 꾸준한 유류세 인상에 대한 항의에서 촉발된 이른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연속 집회는 지난달 17일 전국 규모로 처음 확산한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이날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경찰이 일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이따금 최루탄을 쏘기도 했지만, 시위대와 경찰 간의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갤러리 라파예트 등 파리 시내의 주요 백화점도 폭력시위 발생을 우려해 지난주굳게 문을 닫았던 것과 달리 이날은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맞아 정상영업을 했다.


 집회 규모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파리의 집회 규모는 지난주 8천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3천여 명으로 오후 3시 현재 집계됐다.
 '노란 조끼' 집회가 시작한 이래 시위 양상이 가장 격렬했던 파리에서는 지난주집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폭력시위에 대비해 장갑차 14대를 비롯한 진압 장비와 8천명의 경찰력이 동원됐다.


 프랑스 전역의 노란 조끼 집회 참가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6만6천명으로 지난주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경찰은 이날 파리의 주요 역 앞과 시위장소로 통하는 길목에서 검문검색을 시행해 경찰에 위해를 가할만한 물품을 소지한 사람 등 168명을 연행했다. 지난주 토요일의 1천명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날 집회 규모가 준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과 은퇴자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추가근무수당 비과세 등 여론 진정책을 다수 발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란 조끼'는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시민들의 집회로 마크롱 정부를 상대로 서민 경제개선 대책을 요구해왔다. 집회 이름은 프랑스에서 운전자들이 의무적으로 차에 비치하는 형광 노란 조끼를 참가자들이 입고 나온 것에서 붙여졌다.


 '노란 조끼' 연속 집회를 지지하는 여론은 마크롱의 대국민 담화 이후 크게 꺾였다.
 담화 발표 직후인 지난 11일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언웨이의 조사결과 집회가 계속돼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일주일 전 70%대 지지율에서 20∼30%포인트가량 낮아진 것이다.


 이날 프랑스 외에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3번째 노란 조끼 집회가 열렸다.
 100여 명이 이날 오후 1시께부터 유럽연합(EU) 본부 인근의 뤽상부르 광장에 삼삼오오 모인 뒤 EU 본부가 있는 아르-루아 거리 쪽으로 행진했다.


 시위와 관련한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벨기에 경찰은 40대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에 시위대가 설치한 도로방어벽에 세워져 있던 트럭과 충돌한 뒤 숨졌다고 밝혔다.


 또한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14일 밤 시위와 관련해 한 명이 사망했다면서 시위대가 프랑스 곳곳의 로터리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 한 달여 전에 노란조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시위 관련 사망자 수는 8명으로 늘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수천 명이 반정부 거리 시위에 나섰다.


 USB 노조와 극좌 정당인 '포테레 알 포폴로'(국민에게 권력을)가 주도한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인종차별주의를 멈춰라", "살비니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경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에 대한 반발을 표시했다.


 일부는 밥 말리의 노래에서 따온 "일어나라, 일어서라, 당신의 권리를 위해"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 조끼를 입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시위자들이 "프랑스처럼 거리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쓰인 푯말 등을 들고 행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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