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염치 없는 ‘세비 셀프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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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8   |  발행일 2018-12-18 제30면   |  수정 2018-12-18
국회의원 연봉 약 1억4천만원
본회의·상임위 횟수 고려땐
출석할 때마다 424만원 받아
국민에 실망 안기는 의원들
세비 인상 이유 설명해줘야
[3040칼럼] 염치 없는 ‘세비 셀프 인상’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세비를 올리는 것일까. 지난 7일 국회는 국회의원 일반수당을 공무원 평균 임금 인상률만큼 올렸다. 예산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월급을 올린 것이다. 국회의원의 ‘셀프 인상’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져, 청원등록 하루만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셀프 인상에 대해 국회는 “공무원 평균 임금 인상률만큼만 인상한 것이며, 2천만원 인상으로 보도된 것과는 달리 급여 182만원, 수당까지 포함해 405만원 더 받는 것”이라는, 핵심을 비껴가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작년의 경험 때문인지 요지부동이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은 당연히 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모양이다. 만약 선거를 앞둔 내년 세비를 이대로 동결한다면, 정말로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2018년 12월8일 기준으로 총 16번의 본회의가 있었다. 국회의원 1인당 연봉이 약 1억4천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본회의 한 번에 875만원을 받는 셈이다. 2018년에 가장 많이 열린 상임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국방위원회로, 횟수는 총 17번이다. 모든 상임위원회가 17번 열렸다고 가정해보면 33번의 국회 출석이 있었던 것이고, 국회의원 출석 한 번의 가치는 약 424만원이 된다. 결석과 실제 상임위원회 개최 횟수를 고려한다면 출석의 가치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2018년에 처리한 의안은 총 1천331개다. 의안 1개의 가치는 국회의원 세비 기준으로 약 3천155만원이다. 국회의원의 역할과 책임인 국회 회의출석과 의안처리를 놓고 보았을 때, 과연 생산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국민이 “국회의원은 일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교해보면 더 이해할 수 없다. 일반 노동자에 비해 국회의원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신속하거나 더 크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KBS보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세비는 1인당 국민소득의 5배가 넘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셋째로 큰 수치다. 국회의원의 소득이 국민소득보다 5배씩이나 높아야 하는 이유를 국회는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은 ‘얼마나’ 올렸는가가 아니다. ‘왜’ 올렸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얼마전까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선거법 개편을 위해 단식 농성을 하였다. 다수의 의원들이 미디어를 통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면 협상의 여지가 생길 수 있지만, 국민이 그것을 원치 않아 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맞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은 ‘당신들과 같은 국회의원’이 많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 인구대비 의원 수가 다른 나라 의회에 비해 적기도 하고, 국회의원이 늘어나 지금보다 흔해져야 의원 개개인이 쥔 권력도 약해질 것이다. 또 의원이 많아지면 국회 자체의 힘의 총량은 강해지고, 따라서 민주주의 핵심인 삼권분립이 보다 잘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국민이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국민에게 신뢰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원이 믿음을 주지 못해 의원의 수가 늘어나지 못하면 의원 한명 한명이 쥔 권력의 크기는 계속 거대하게 유지되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우리가 의원들에게 주는 것은 표와 세비인데, 받는 것은 실망과 피해뿐이라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국회의원은 고용주의 동의 없이 연봉을 올릴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사람들이다. 제도가 그러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잘못된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고용주인 국민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4년에 한번이지만 그들을 ‘해고’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이 원하는 염치를 가지기를 바란다. 통장에 더해지는 405만원이 너무 중요해 이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국민이 하는 질문에 올바른 답변을 하는 명분이라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김대식 열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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