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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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8   |  발행일 2018-12-18 제31면   |  수정 2018-12-18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베트남·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감독에 부임한 이후 1년여 만에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정상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 우승을 10년 만에 재현한 쾌거만 해도 대단한데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사상 첫 결승행), 2018 아시안게임 축구 4강(사상 첫 4강)도 ‘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다. 국가대표팀 간 경기인 A매치 16연속 무패(8승8무)라는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지금 베트남을 중심으로 ‘박항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가 기록 이상의 여러 면모로 지도자의 품격을 높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를 ‘이 시대 진정한 지도자의 본보기’로 부각시킨 감동적인 사례는 차고 넘친다. 베트남인이나 그를 성원하는 사람들은 박항서 감독이 일군 쾌거를 ‘박항서 매직’이란 단어로 설명한다. 하지만 결코 마술이나 마법과 같은 비상한 능력이 아니다. 비행기로 이동 중 자신의 편안한 좌석을 부상 선수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선수들과 함께 자리한 겸양, 선수들에게 부당한 판정이 내려졌을 때 격렬하게 항의하는 소속감, 골을 넣었을 때 어퍼컷 세리머니로 기뻐하는 진심어린 모습 등이 그의 능력이다. 게다가 그는 형처럼 아버지처럼 팀원과 소통했다. 선수의 말을 들어주고 장점을 키워줬으며, 코치진의 불편한 조언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경남 산청군 산골마을 출신인 박 감독의 선수시절을 잘 아는 축구인들은 그를 성실하고 인간미 넘치는 선수로 기억한다. 한때 ‘악바리’라는 별명도 얻었을 만큼 목표 지향적인 근성도 지녔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외교관도 하기 어려운 엄청난 국격 향상 성과를 낸 그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웅이 아니다. 단지 축구 지도자일 뿐”이라고. 자존심이 높고 목표의식이 뚜렷한 베트남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한 게 성공신화의 비결이라고 했다. 박 감독의 독특한 지도력은 한 때의 신드롬·열광으로 그냥 넘겨버리기는 아까운 특별한 가치가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의 경제주체 간부나 기업인, 지자체의 장들이 본받아야 할 본연의 자세가 아닌가. 그처럼 낮은 자세로 경청하며 소통하고, 구성원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목표에 매진하는 지도자가 우리 주변에 과연 몇 %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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