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주흘산 (主屹山 1,106m) 문경시 문경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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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8   |  발행일 2018-12-28 제37면   |  수정 2018-12-28
참나무 얽힌 숲길속 ‘잔설’이 서걱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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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계단을 올라 마주한 주능선은 눈길로 바뀐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여궁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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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 주봉의 남동쪽 사면은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있다.

문경의 진산으로 불리는 주흘산을 오른다. ‘우두머리 의연한 산’이란 한자 뜻 그대로 문경새재의 주산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바라보이는 주흘산은 깎아지른 절벽의 형태로 보인다. 주차장에서 정면 왼쪽은 조령산(해발 1천26m), 오른쪽이 주흘산이다. 관리사무소를 지나자 출입차량을 막는 가림막이 있고 전동차 승강장을 지난다. 차량이 서로 교행이 가능한 넓은 도로를 따라 15분쯤 지나자 문경새재 1관문인 주흘관 성문이 나온다. 입구는 주흘관 현판이 걸렸고, 성문을 지나면 바로 오른쪽에 ‘여궁폭포 0.8㎞, 혜국사 2.0㎞, 대궐터 3.0㎞, 주흘산 4.5㎞’로 적은 이정표가 서있다.

주흘산 주봉을 오르려면 차례로 지나야 하는 지점을 나열해 놓은 이정표다. 이정표를 따라 진입하니 산불 예방을 위한 초소가 있다. 초소에서 입산신고서에 서명을 하니 주흘산 주봉에서 주흘산 영봉(1천106m)으로 가는 길은 입산통제라며 주봉까지만 열려 있다고 알려준다. 건조 기간에 산불 예방과 영봉을 오르는 길에 북사면이 많아 위험하다면서 통제 이유를 설명한다. 주흘산은 산세를 보아 경관이 뛰어나고 전망이 좋은 봉우리를 주봉으로 부르고, 높이가 높은 최고봉을 영봉으로 부르고 있다. 계획은 주봉을 올랐다가 영봉을 거쳐 2관문으로 하산하는 것이었는데 수정이 불가피했다. 이렇듯 겨울철에는 입산을 통제하는 구간이 많으니 출발 전에 확인은 필수다.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니 계곡을 한 번 가로지르고 길이 가팔라진다. 20분 정도 오르니 갈림길에 이정표가 서있다. 도로를 계속 따라가면 혜국사로 바로 오르고, 정면의 계곡으로 오르면 여궁폭포를 지나 혜국사로 오르는 갈림목이다.

‘우두머리 의연한 산’문경새재 주산
건조기간 영봉 가는 길 입산통제 표시
좁은 바위틈 물줄기 쏟아지는 여궁폭포
경사면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혜국사
공터 사계절 마르지 않는 ‘대궐터 샘’
903계단 끝은 주능선…군데군데 데크
공민왕이 올라 희소식 기다린 전좌문
백두대간 지붕처럼 얹은 산봉우리 도열


계곡을 따라 7분 정도 오르니 절벽이 가로막고 있고, 절벽 사이 좁은 바위 틈에서 가는 물줄기가 쏟아진다. 여궁폭포에서 왼쪽 바위를 돌아 나가야 하는데 절벽 바로 아래를 지나야 하고, 중간 지점 쯤에 낙석위험 경고판도 있어 가로질러 지나야 하는 길이 위태롭다. 바위를 다 돌아 나오면 조금 전 혜국사로 바로 올라가는 길과 합류된다. 짧은 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 작은 고개를 넘으면 여궁폭포 상류인 계곡을 만난다. 계곡을 한 번 가로질러 오르면 혜국사 바로 아래 갈림목이다. 정면의 도로를 따라 오른 길 위에 올라서면 경사면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혜국사다. 창건 당시는 법흥사였으나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서 지냈을 때 은혜를 많이 입었다 하여 혜국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전한다. 혜국사 바로 아래에 산허리를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도록 길이 나있다. 산길은 계곡을 벗어나 울창한 숲으로 바뀐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 숲을 지나는 바닥에 두어 차례 내린 눈이 녹아 빙판이 져있기도 하고, 빛이 들지 않는 곳은 잔설이 서걱거린다. 길은 산죽이 자라는 잡목으로 바뀌고 된비알을 한 번 치고 오르니 넓은 공터에 샘이 있다. 사계절 마르지 않는 대궐터 샘이다. 샘물 한 모금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계단을 오른다. 계단 좌우로는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계단을 얼마나 올랐을까 뒤돌아보고, 얼마나 남았을까 올려다봐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몇 번을 쉬어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친절하게도 ‘903계단’이라 적어두었다.

계단 끝은 바로 주능선이다. 대궐터 샘에서 대략 500m는 오른 것 같다. 오른쪽 능선을 따르는데 북서쪽 사면에 녹지 않은 눈이 깔려 있다. 능선에는 군데군데 계단과 데크를 깔아 두었다. 10분쯤 오르니 정상 바로 아래에 양쪽 암벽 사이로 협곡을 이룬 전좌문(殿座門)이다. 전좌문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지금의 안동으로 피란했다가 떠나는 길에 동화원 부근 어류동에 머물면서 매일 올라 북쪽 계립령로를 바라보며 희소식을 기다렸다는 곳이다.

이 지점에 ‘주흘산 주봉 130m, 제2관문 4천100m’로 적은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목이다. 주봉을 오르면서 주흘산 영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지난다. 아래에서의 설명과는 다르게 영봉 쪽으로 입산을 통제하는 아무런 문구나 금줄도 없다. 갈림목에서 50m만 오르면 주흘산 주봉 정상이다. ‘주흘산 1천76m’로 적은 정상표석이 세워져 있고, 백두대간을 지붕처럼 얹고 있는 문경 주변의 산봉우리들이 도열해 있다. 뒤돌아보면 바위봉우리인 부봉과 그 뒤로 월악산 영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잠시 넋을 잃고 조망을 감상하다가 전좌문 갈림목까지 되돌아 내려간다. 내려서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되는데 눈과 얼음이 뒤섞여 미끄럽다. 바닥은 잔잔한 돌과 큰 바윗돌이 어지럽게 널린 너덜길이 잠시도 수그러들지 않고 급경사를 이룬다. 계곡을 여러 번 가로질러 길이 나있는데 앞서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이 있지만 눈에 덮여 길 찾기가 까다롭다. 40분가량 내려서니 영봉을 오르거나 내려오는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영봉은 1.1㎞, 제2관문은 아직 2.4㎞가 남았다. 계곡 왼쪽으로 너덜길을 5분 정도 지나면 ‘꽃밭서들’로 불리는 돌무더기가 있다. 중간중간 돌을 쌓아올린 탑이 수십 개가 세워져 있다. 조곡골을 따라 내려서는 동안 수량은 점점 많아지고 작은 폭포와 소를 여러 곳 만난다. 성벽의 흔적인지 집터인지 석축을 쌓아올린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꽃밭서들에서 30분을 내려서니 흙을 다진 넓은 길이 나온다. 너덜길을 걷다가 흙길을 밟으니 스펀지처럼 폭신하게 느껴진다. 10분을 더 내려서니 제2관문인 조곡관 성문을 만난다. 여기서 1관문까지는 3㎞. 지루할 것 같지만 중간중간 볼거리가 많아 지루할 겨를이 없다. 성터며 옛 주막 원터, 비문을 모아둔 곳, 물길을 돌려 수로를 길 가장자리로 흐르도록 만들어둔 길을 따라 20분쯤 지나니 오른쪽으로 조령산으로 오르는 갈림길도 만난다. 절벽을 이룬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에 성벽을 쌓았으니 난공불락의 요새임에는 틀림이 없었을 것이다. 터벅터벅 제1관문을 지나 주차장에 이르니 한 뼘 남은 햇살에 길게 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 길잡이

문경새재 주차장 -(15분)- 제1관문 -(20분)- 여궁폭포 -(25분)- 혜국사 -(60분)- 대궐터 샘 -(30분)- 주흘산 주봉 -(5분)- 조곡골 갈림길 -(35분)- 주흘산 영봉 갈림길 -(5분)- 꽃밭서들 -(35분)- 제2관문(조곡관) -(30분)- 제1관문(주흘관) -(10분)- 문경새재 주차장

문경을 대표하는 산인 주흘산은 영남과 영동을 가르는 조령과 마주하며 병풍을 두른 듯 절벽을 이룬 산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속해 있어 찾는 이들이 많지만 겨울에는 한적하리 만큼 조용해 좋다. 소개한 코스로 오르면 혜국사, 대궐터 샘터에서 식수를 채울 수 있고, 전체 산행 거리는 약 14㎞로 넉넉히 6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교통 : 중앙고속도로 군위JC에서 상주~영천 고속도로 상주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낙동JC까지 간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방향으로 따른 뒤 문경새재IC에서 내린다. 문경새재·문경읍 방향으로 3번 국도를 따른 뒤 초곡교에서 내려 문경새재도립공원, KBS촬영장 방향으로 좌회전으로 새재로를 따라 약 3㎞를 가면 문경새재 주차장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 문경시 문경읍 상초리 352-8

☞볼거리 : 1981년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문경관문과 주흘산·조령산 일대의 사적지 및 자연경관을 포함한다. 조령은 철도교통 이전에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으며 군사상의 요충지였다. 1708년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에 조령 제1·2·3관문을 세웠는데 제1관문은 주흘관으로 현재에도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제2관문은 조곡관으로 문루가 없어진 채 관문만 남아 있다. 제3관문은 조령관이다. 숙종 때 북적을 막기 위해 조령산성을 쌓았으며, 전란으로 육축만 남은 채 불타 버렸다. 1976년 복원돼 사적 제147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많은 문화유적과 1·2관문 사이에 있는 KBS 드라마세트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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