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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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2 08:54  |  수정 2019-01-02 08:54  |  발행일 2019-01-02 제25면
“구상 선생 詩에 담긴 ‘비극 아는 자의 명랑’ 기억할 것”
[제2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수상소감
정한아 시인

크리스마스이브에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 학생들의 성적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수상 소감을 쓰는 이 시각에도 그것이 끝나지를 않았지요. 성적 처리 마감 전날인 오늘, 성탄절 아침에 “오늘 안에 보고서를 내지 못하면 한 학기 수업이 도루묵이 된다”는 협박 문자를 적지 않은 학생들에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저도 그런 연락을 받은 일이 있었거든요. 쓴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압도되어서 시작도 못 하고 긴장성 두통으로 목이 뻣뻣해진 상태로 불가피하게 포기하게 되기를 기다리다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말입니다. 마음은 동물인데 몸이 식물적으로다가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저는, 실은 그런 일이 아주 많았습니다.

어제 받은 수상 소식이 어째서 가장 두려운 그런 마감 독촉과 비슷하게 여겨진 것일까요. 저는 상을 받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돌아보면 그런 독촉 전화들은 결국 아주 다행스럽고 고마웠지요. 당근을 받았는데 채찍을 맞은 듯 구는 것은 겸허하지 못한 일입니다.

심사위원 여러분과 제 부끄러운 시를 읽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 쓰러진 당나귀를 때려준 모든 채찍들에 감사합니다. 시 따위와 담 쌓고 살지만 마음에 시의 씨앗을 품고 있는 훨씬 많은 분들께도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구상 선생님의 영원에 대한 희구와, 지상에 대한 연민과, 무엇보다 그분이 시에 구구절절 남겨놓으신, 비극을 아는 자의 명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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