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라는 청춘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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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4 08:01  |  수정 2019-01-04 08:01  |  발행일 2019-01-04 제16면
[문화산책] ‘대구’라는 청춘무대
이다솜<프로젝트 극단 청춘무대 대표>

나는 2015년 청춘무대 창단 워크숍 공연인 연극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시작으로 매년 대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1년에 한 편씩 꾸준히 연출해왔다. 그 사이 함께 작업하던 대부분의 동료들은 서울로 떠났다. ‘대구에서 예술가로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힌 젊은 예술가의 고뇌는 대학원 조교로 근무하던 2017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뀐 계기가 있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접한 잰 코언 크루즈의 ‘지역예술운동’을 읽고 완전 매료됐다. 일부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역 예술학교 학생들이 시골로 보내져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고 함께 공연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 2018년 대구문화재단 청년예술가육성지원사업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선정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휴학계를 내고 도전했고, 4기 청년예술가로 선정됐다.

생각으로만 머물렀던 지역예술운동을 시작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 대명공연거리 외곽에 위치한 폐가를 초소형 야외극장으로 개조해 제 2의 ‘오프-브로드웨이’를 만들고, 지역사회문제를 소재로 한 실험적인 공연콘텐츠를 개발해보겠다는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대구x청년소셜리빙랩’이라는 사업에도 문을 두드렸다. 지역 사회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에게 사업수행비와 멘토링 등을 지원해주고 창업 연계까지 도움을 주는 사업이었다. 시장 상인, 주민, 통장님들의 응원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 폐가 안을 소독하고, 전기를 빌려 조명을 밝혀 무대를 세웠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그린스테이지 프로젝트 제 1호 초소형 게릴라 극장이 마침내 탄생했다. 그곳에서 시민공동체퍼포먼스 ‘빈 집으로의 초대’로 시민과 소통해 지역예술운동의 한발을 내디뎠다.

대구문화재단 청년예술가로 함께 선발된 시각작가 신준민 작가와 협업해 범어아트스트리트 프로젝트3 ‘연극 속 주인공이 되어 무대를 거닐다’를 기획할 기회가 주어졌다. 범어역 지하도에 펼쳐진 전시 스튜디오를 무대디자이너와 7명의 시각작가와 함께 꾸민 9개의 무대를 이동하면서 관람하는 연극 ‘도리언 그레이와 9개의 방’이다. 대구 청년을 위한 두 개의 사업을 통해 사회의 주변인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둠 속을 유랑하며 혼자 걷던 청년이 이제는 시민과 함께 빈집 거리를 걷고, 지하도를 걷고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멋진 동료들이 지역에 많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2018년, 대구에서 작은 기적을 만난 청년으로서 열정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대구’라는 ‘청춘 무대’를 거닐어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이다솜<프로젝트 극단 청춘무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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