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더불어복지재단 서정희 이사장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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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4   |  발행일 2019-01-04 제35면   |  수정 2019-01-04
“장애우들이 좀 더 행복한 생활 하도록 삶의 질 높여주는데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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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복지재단 서정희 이사장이 팔공산진인마을 입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육체적으로는 고달프지만 친구들의 환한 얼굴을 보면 행복하다는 서 이사장의 진심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 친구들과 함께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사회복지법인 더불어복지재단 서정희 이사장은 장애인 부모다. 뇌병변 1급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을 둔 서 이사장은 1997년 남편인 동반성장위원회 권기홍 위원장(전 노동부 장관)과 함께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에는 거주인 50여 명과 출퇴근하는 이용자 150여 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 재가장애인 40~50세대를 돌보고 있지요. 재단을 이용하는 식구들을 저희는 친구라고 부릅니다.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친구라 하는데 친구들과 늘 함께하니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모양처가 꿈이었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부드럽고 상냥한 엄마였는데, 20여 년 전 장애인 복지에 뛰어들면서 장애인을 위한 투사가 되었다는 서 이사장은 “이렇게 살라는 게 내 운명이라 생각한다”며 “힘들지만 친구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투사로서의 삶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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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에 열렸던 더불어복지재단 후원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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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팔공산진인마을 강당동 준공식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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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더불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앞에서 직원들과 함께.

▶장애인복지 분야에 발을 내딛게 된 계기가 있었을 듯합니다.

“독일에서 10년 동안 생활 후 1984년 귀국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장애인복지에서 독일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났습니다. 독일에서는 저희가 외국인인 데도 장애인복지 혜택을 자국민과 차등없이 받았지요. 선진국에서 복지를 경험한 뒤 한국에 돌아오니 그 충격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1년 사이에 10㎏이나 살이 빠졌습니다.”

▶장애인가정의 아픔도 많이 접했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경제적으로 좀 나아서 장애아를 가졌지만 어떻게든 견뎌나갈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이들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장애아를 둔 가족들이 같이 죽자고 외치는 것을 수없이 봤고 실제로 죽은 사람도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는 장애인복지재단 설립이었습니다. 재단의 설립 및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 부부가 돌다리 하나 놓는다는 다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벌써 20년이 훌쩍 흘러버려 제법 많은 장애인을 돌볼 수 있게 됐고 시설도 7개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사업을 확대시키기보다 재단에 있는 친구들이 좀 더 행복한 생활을 하도록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중점을 두려 합니다.”

▶식사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셨습니다.

“일반 가정보다 더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식단을 짜고 있습니다. 음식의 맛은 물론 질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김장을 비롯해 된장·고추장도 모두 재단에서 직원·봉사자들과 함께 만들어 먹습니다. 텃밭을 가꿔 채소도 어느 정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행복은 의식주에서 비롯됩니다. 집에 있는 것처럼 먹고 입고 지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지요. 50여 명의 직원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늘 밝은 얼굴로 일해주고 있어 감사합니다. 상당수 직원들이 10년 이상 되었고 재단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같이 일하고 있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재단이 이렇게 잘 운영될 수 있는 것은 그분들의 덕분입니다.”


뇌병변 1급 중증장애 아들 둔 장애인가정
10년간 독일 생활…자국민 같은 복지혜택
1984년 귀국 후 국내 열악한 환경에 충격
재단 설립 결심 계기…시설도 7개나 운영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지내는데 중점
직원·봉사자와 김장 등 함께 만들어 먹어
나들이 기회 적어 여행공연 프로그램 마련
자연친화 환경…주민들 쉼터로 찾길 바라
후원회·봉사자 활동…자녀까지 代 잇기도
장애인 고용해 참기름·건강즙 제조·생산

누구나 사고·나이 들면 장애 올 수 있어
따뜻하게 바라보면 복지 의식 달라질 것



▶여행과 문화생활도 가급적 많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듯합니다.

“장애인들은 바깥 나들이를 할 기회가 적습니다. 그래서 여건이 되면 여행을 많이 가려고 합니다. 3~4명씩 소그룹을 만들어 1박2일 여행을 많이 떠납니다. 한 사람이 1년에 4~5번은 여행을 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고 있지요. 뮤지컬 등의 공연·영화도 많이 관람시켜 주려 하는데 공연은 연 3~4회, 영화는 월 1회 정도 즐기고 있습니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시설의 환경도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팔공산진인마을은 봄철 꽃이 핀 풍경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친구들이 거주하는 진인마을은 숲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창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눈에 들어오지요. 봄철에는 다양한 봄꽃들이 에워싸고 있어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합니다. 이곳에 있는 장애인들이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 직원이 함께 관리하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또 이곳에 오는 분들도 장애인생활시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게스트하우스도 마련해두고 있으니 관광명소처럼 지역주민이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길 희망합니다.”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도 많은 것으로 압니다.

“많은 분들이 재단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정기후원금, 지정후원금, 특별후원금 등을 통해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분들은 물론 과일, 이불, 옷 등 물품을 후원해주는 분들도 많습니다. 더불어복지재단 강당동 신축 때는 물론 매년 직원들 명절 선물을 지원해주고 있는 더불어복지재단 후원회 남정두 회장을 비롯해 중증장애인의 외부프로그램 및 나들이 지원과 재가장애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차량 구입을 지원해준 더불어진인마을 강구문 시설운영위원, 매년 더불어복지재단 중증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 및 원활한 운영을 위한 다양한 후원을 해주고 있는 오경숙 후원자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있지만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데 최경봉사회, 대한적십자회, 동부여성문화회관, 봉실사모(봉사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 참사랑봉사단 등 많은 자원봉사자가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상당수 봉사자들이 재단 설립 때부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편이 영남대 교수로 있을 때 교직원들도 후원자·봉사자로 참여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후원자나 봉사자가 있는지요.

“후원자 상당수는 자제가 크면 후원을 독려해 같이 후원자가 됩니다. 대를 이어 후원해주는 이런 분들 덕분에 재단이 좀더 안정화될 수 있었습니다. 매년 후원행사를 여는데 유명 가수·영화배우 등이 재능기부를 해주어서 행사를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자원봉사자의 경우 부인이 봉사활동을 하다가 세상을 떠나자 남편이 그 봉사를 이어가는 분도 계십니다.”

▶시설이 7개나 되는 데다 남구와 팔공산에 흩어져 있어 운영하는데 고생을 많이 할 듯합니다.

“20여 년 동안 내 생활은 거의 없었습니다. 연차도 반납하고 일하고 있지요. 하지만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집안일을 하면서 연차를 얼마나 쓸까를 고민하지 않듯이 이 일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현재 재단에서는 더불어장애인주간보호, 더불어보호작업장, 더불어남구장애인주간보호, 더불어남구보호작업장, 더불어남구장애인재가복지봉사, 더불어남구장애인공동생활가정, 더불어진인마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구 남구와 팔공산에 작업장이 있어 3일씩 나눠 두 지역의 시설을 돌아봅니다.”

▶작업장도 2곳이나 운영하고 있는데 참기름과 건강즙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보호작업장, 더불어남구보호작업장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지정을 받았습니다. 작업장은 장애인들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수익금을 장애인 임금으로 주기 위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기름은 국산(무안·신안), 중국산 참기름을 모두 생산합니다. 위생적이고 정직하게 제조해 제품의 품질이 좋습니다. 건강즙은 배즙, 도라지즙, 블루베리즙, 양파즙, 양배추즙 등 다양합니다. 내년에는 HACCP(식품의 원재료 생산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제품의 품질이 좋아서 먹어본 소비자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판로 확보가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제조부터 판매까지 모두 재단에서 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장애인시설을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을 듯합니다.

“가끔 복지시설과 관련해 좋지 않은 문제들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모든 복지시설을 똑같은 곳으로 매도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럴 때 회의를 느낍니다. 또 ‘복지재단 사람은 도둑’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럴 때 힘이 빠지지요. 이처럼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지만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재단을 더 잘 이끌어가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내 친구들 중에 ‘왜 편하게 살지 힘든 일을 하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식, 나아가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힘들지 않습니다. 사랑은 책임을 동반합니다. 더불어복지재단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그 책임으로 운영됩니다.”

▶시민에게도 할 말이 있을 듯합니다.

“우리 모두 늙습니다. 늙으면 어쩔 수 없이 몸에 장애가 올 수밖에 없지요. 또 현재는 건강하지만 어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장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장애인복지에 대한 의식이 달라질 것입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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