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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로 포착한 시공을 품은 ‘빛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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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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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작
그냥 찍은 게 아니다. 종합예술의 표현이다. 사진과 설치, 퍼포먼스가 결합된 사진 작업이다. 아트스페이스 루머스의 석재현 대표는 ‘노가다 작업’이라고 했다. 육체노동이 장난이 아니라는 의미다. 노동집약적인 과정에 어울리지 않게 작품 분위기는 환상적이다. 이 세상에 없는 듯한 빛들이 화면으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이정록 작가(48). ‘빛의 작가’로 불린다. 미스터리한 빛의 세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정록 작가의 사진전이 루머스에서 열리고 있다. 루머스가 세계적인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를 소개한 개관전에 이어 두번째로 선택한 작가다. 전시 타이틀은 ‘신화의 빛-보이지 않는 것을 보다’다.

작가는 공간의 기운을 빛으로 표현한다. 대형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고,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구사한다. 석 대표는 “디지틀 카메라와는 맛이 다르다”고 말했다. 사진작가인 석 대표는 2016년 터키의 포토이스탄불을 통해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포토이스탄불의 기획자로 작가를 초대했다.

이정록 사진전 내달 24일까지
라이트 페인팅 기법 구사하고
저녁부터 밤까지 촬영 이어가
“경계가 미묘하게 겹쳐진 지점
공간의 기운을 빛으로 담아내”


‘생명나무’ 시리즈와 ‘나비’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작가의 작업 과정을 알 수 있는 동영상도 있다. 석 대표는 “어떻게 작업했는지 묻는 사람이 많아 작가가 직접 작업 과정을 촬영해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루머스에 전시된 작품은 어슴푸레한 저녁에서 시작해 깜깜한 밤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작가는 “경계가 미묘하게 겹쳐지는 영역에 마음이 가서 닿는다. 밤과 아침, 낮과 밤이 겹쳐진 빛을 좋아한다”라고 했다. 중첩된 시간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배경인 셈이다. 석 대표는 작가의 작업에 대해 “공간의 기운을 빛으로 표현한다”고 평가했다.

공간의 기운을 느끼는 작가의 감각은 남다르다. 그런 감각을 키우기 위해 수련도 했다. 20대의 대부분을 기 수련과 사진작업으로 보냈다. 작가는 터키의 유적지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에서 작업했다. 공간의 기운을 오롯이 감지하기 위해 철저히 혼자 작업한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한밤중 유적지에 홀로 남아 공간과 소통한다.

나비(Nabi)의 존재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작가는 “나비는 현실세계와 근원적 세계를 연결해주는 매개적 존재”라고 밝혔다. Nabi는 히브리어로 예언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장자의 나비 꿈도 연상된다. 작가는 “암흑 속에서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하나의 나비가 탄생한다. 수백개의 에너지가 나비가 돼 필름에 각인된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업에는 공간뿐 아니라 고대와 현재를 아우르는 시간의 에너지도 들어있다. 루모스가 제작한 작가의 작품집도 살펴볼 수 있다.

광주 출신의 작가는 광주대 산업디자인학과와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미국 로체스터 공대 영상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지난해 영국 필립스 경매에서 100호짜리 작품이 시작가의 3배 이상인 3천300만원에 낙찰될 정도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루모스가 제작한 작가의 작품집도 살펴볼 수 있다. 2월24일까지. (053)766-3570

조진범기자 jj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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