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향 가득한 작품이 묻는다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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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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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회관 차계남展

먹칠 한 화선지 꼬아 붙인 작품

‘라 트라비아타’ 무대 등 소개

상념에 잠기게 하는 힘 가져

차계남 작
차계남 작가의 작품에는 묵직한 ‘뭔가’가 있다. 흑백의 단조로운 구성이지만, 하염없이 상념에 잠기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대작이라 더욱 그렇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작품이 관객에게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차계남’전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무대가 된 작가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기획한 ‘라 트라비아타’의 무대가 된 작품들이다. 당시 평면 작업만 배경이 됐는데, 개인전을 맞아 설치 작품이 추가됐다.

움직이는 미술관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대구문화예술회관 1층의 5개 전시실 전관을 무대로 펼쳐졌다. ‘차계남’전도 5개 전시실에서 모두 열린다.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오페라의 열기가 전해진다. 공연 장면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게도 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오페라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이 든다. 또다른 세계가 열리는 순간이다.

작가의 작품이 공연의 배경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일본 유학 당시 도쿄의 타워라는 극단이 작가의 작품을 무대삼아 셰익스피어의 연극 ‘리어왕’을 공연했다.

작가는 한지와 먹의 물성을 작품에 담았다. 노동집약적이다. 먹칠을 한 화선지를 꼬아 캔버스에 붙이는 작업을 반복한다. 하루 평균 12시간씩 작업에 매달린다. 작가 스스로 “작업에 미쳐서 한다”고 말했다. 한쪽 벽면을 채우는 대작을 완성하는데 2~3년이 걸린다.

형태를 의식하지 않는다. 무의식에서 나온 기운으로 작업한다. 전시 공간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여기에서 나온다. 작품 앞에 서서 눈을 감으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듯한 착각도 든다. 먹의 향기가 매개체가 된다.

일본과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지만, 결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잊은 적이 없다. 한지와 먹으로 작업하는 이유다. 작가가 일본에서 첫 개인전을 할 때도 한글 문자와 오방색을 사용했다. 작가는 “한국인의 영혼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입체작도 눈길을 끈다. ‘합장’이라고 붙여진 입체작은 불교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환생을 기원하고 있다. 블랙의 섬세한 사이잘삼 섬유 재질로 만들어졌다. 평면작과 어우려져 공간의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5전시실에선 작가의 작품과 함께 라 트라비아타 공연 의상이 나란히 전시됐다. 근사한 어울림이다. 26일까지. (053)606-6136

조진범기자 jj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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