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신재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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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0   |  발행일 2019-01-10 제30면   |  수정 2019-01-10
신재민씨는 보통의 젊은이
여야의 평가 극과극이지만
위인도 아니고, 악인도 아냐
네안데르탈인 사이 태어난
크로마뇽인과도 같은 존재
[차명진의 정치풍경] 신재민 현상

신재민씨는 전직 기획재정부 5급 사무관입니다. 얼마 전에 자신이 기획재정부에 근무했던 시절 직접 목격한 부당하고 부정의한 일을 유튜브를 통해 고발했습니다.

신재민씨의 주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임기 초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을 통해 무리하게 국가채권을 발행하려 했습니다. 당시는 정권 교체기였는데 전 정부에 나라 빚을 넘기는 대신 새 정부가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려는 청와대의 정무적 지시가 있었다는 겁니다. 또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KT&G의 2대 주주인 점을 이용해서 기획재정부가 이 민간기업의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미치려 했다는 겁니다.

신씨의 고발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극과 극입니다. 야당에 의하면 그는 의로운 내부고발자이지만 여당에 의하면 그의 주장은 유튜브의 청취자를 끌기 위한 과장과 억측입니다. 혹자는 그를 사기꾼이라고까지 몰아붙입니다. 필자가 보기에 그는 의인도 사기꾼도 아닙니다. 신씨는 그냥 그 나이 또래의 보통 젊은이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들의 세계관이 단체로 별종입니다.

작년 평창올림픽 때 정부는 남북 간 화해의 상징으로 우리나라 아이스하키팀의 엔트리 멤버를 일부 빼고 북한 선수들을 심을 작정이었습니다. 20~30대가 들고일어났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민주주의는 여와 야가 바뀌는 형식적 민주주의 그 이상입니다. 그들에게 국가의 영역이 시민사회보다 비대하게 큰 체제는 앙시앵레짐입니다. 평화, 평등, 성장 등의 거대 담론 때문에 자신들 개개인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은 명백히 불공정입니다.

신재민씨는 자신이 직접 참여한 촛불시위의 힘으로 앙시앵레짐이 무너지는 과정을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촛불로 세워진 새 정부가 과거 정부의 행태를 반복하는 과정에 자신이 가담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괴로워했습니다. 평생직장을 미련 없이 버렸습니다. 자신의 양심을 자신이 익숙한 일인 방송을 통해 고백했습니다. 신재민씨는 위인도 악인도 아닙니다. 여도 야도 아닙니다.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불쑥 태어난 크로마뇽인과도 같습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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