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희망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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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0

박진관 뉴미디어 부장
대구희망기금이란 게 있다. 몇 년 전 대구를 사랑하는, 깨어있는 시민 100여명이 뜻과 의지를 모아 자발적으로 통장을 개설했다. 계좌번호는 ‘모금희망 100억원’을 의미하는 아라비아숫자 10,000,000,000(대구은행)이다. 통장명은 대구희망기금으로 돼 있다. 이 계좌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화운동으로 대변되는 ‘대구시민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시민들의 작은 소망을 담았다. 작년까지 십시일반 모금운동을 펼쳐 5천만원을 모았다. 이 가운데 돈 때문에 지방선거 출마를 주저했던 시민후보자에게 4천만원을 지원해 출마자 모두가 당선됐다고 한다.

전국 1만5천52명의 독립유공자 가운데 가장 많은 유공자를 배출한 대구경북(2천122명)답게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신년 벽두부터 ‘대구시민정신’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이육사, 전태일, 조영래를 기리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시인 이육사는 국내외에서 독립투쟁을 벌이다 17번이나 옥살이를 했다. 안동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청년기(1920~37)를 보내며 독립투혼을 활활 태웠다. 시인은 베이징감옥에서 광복 1년을 앞두고 순국했다. 그의 호 ‘264’도 대구형무소 수인번호다.

2015년 4월17일 영남일보가 ‘육사의 집은 이곳(대구 중구 남산동 662-35)에 있었다’를 단독보도한 후 지난해 재개발주택조합이 육사 옛집을 철거하다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지역의 고경하 시인은 이 과정에서 80여 일간 1인 피켓시위를 벌였다. 결국 대구시가 “육사 옛집 이축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시민들은 고택보존 및 기념관건립대책위를 만들었다. 대책위는 오는 16일 이육사 서거 75주기를 맞아 대구에서 최초로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추념식과 문화행사를 연다고 한다.

또 다른 두 사람, 대구가 낳은 전태일과 조영래는 한국 현대사의 큰 별이다. 각각 노동운동과 인권옹호의 상징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둘 다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인물로서 영화로, 연극으로, 책으로 두 인물을 조명하고 선양했지만 정작 고향인 대구는 둘을 버리다시피했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대구풍토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두 인물이 주로 활동했던 서울에선 오래전 동상과 흉상이 세워졌으며 기념관도 건립됐다. 전태일 문학상의 경우 26회나 진행됐으며 ‘전태일 다리’도 있다. 대구에선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4년 전 영남일보는 전태일 열사 서거 25주기를 맞아 옛집(대구 중구 남산동 2178-1)을 찾아 최초로 단독보도했다. 이후 3년여 간 시민들이 매의 눈으로 전태일옛집을 지켜내고 전태일 시민노동문화제를 개최해 왔다. 이 열기에 화답해 2016년 대구시가 전태일 열사 현창사업을 추진하려고 시도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MBC가 ‘대구, 전태일, 조영래를 불러내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한 데 힘입어 대구사람 전태일·조영래가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구희망기금에 정성을 태운 시민들은 ‘전태일·조영래기념사업회’를 만들어 2020년 전태일 서거 50주기, 조영래 서거 30주기에 맞춰 전태일옛집을 시민 모금기금으로 매입해 기념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물론 대구희망기금을 통해서다. 사업회는 기념관 내부에 전 열사의 자료 및 생애 아카이브를 구축·전시하고 ‘전태일 평전’의 저자이자 전 열사의 ‘영혼의 친구’ 조영래 변호사를 기념하는 공간도 함께 조성할 예정이다. 오는 21일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기념사업회 결성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모금운동에 돌입한다. 사업회의 모금 목표는 5억원이지만 지난 1주일간 벌써 2천600여만원의 성금이 답지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대구희망기금이 전태일 열사와 조영래 변호사처럼 각각 ‘꺼지지 않는 불꽃’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됐으면 한다. 그래서 자주·민주·인권의 대구시민정신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불씨와 마중물이 되면 좋겠다.박진관 뉴미디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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