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또다시 촛불을 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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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1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조국 민정수석이 연일 페이스북에 “국민이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가 추진해 온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조 수석은 “공수처법 제정, 수사권 조정 등 법률 재·개정이 필요한 검찰 개혁은 행정부와 여당이 협력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며 “그러나 현재 국회 의석 구조를 생각할 때 행정부와 여당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국민 여러분, 도와 달라”고 했다. 청와대 수석이 페이스북 정치,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차치하자면, 조 수석이 날린 하소연은 야권의 지적처럼 국민이나 시민에게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 달라는 선동인가.

청년들의 표현을 빌려 댓글을 달자면 한마디로 촛불을 ‘드~을라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얼굴 두꺼운 부탁이 아닐 수 없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 문재인 정권의 일순위 과업이고 조 수석이 그 총대를 멨다면 도대체 지금까지 뭘 했나. ‘검찰의 불가역적 변화를 위해 법률적 차원의 개혁이 필요’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 박스권에 있을 때, 힘 있는 집권 초기에 해야지 지지율이 반토막 난 뒤에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야당 탓을 하고 나서나.

검찰 개혁을 위한 조국 수석의 진단과 과제가 틀리다는 게 결코 아니다. 물 들어 올 때 배를 띄우라고 했듯, 국민은 검찰 개혁 과제에 대해서는 지금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검찰 개혁은 무소불위 ‘검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문제는 시기와 절차 상의 오류다. 만시지탄이지만 개혁의 골든 타임은 놓쳤다. 국민의 힘은 이미 등에 업고 있는데 어디서 새로 찾는가. 또다시 실기하면 ‘업은 아이 3년 찾는’ 형국으로 정권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지지를 조직화하고 야당과 기득권 세력을 움직이지 못할 양이면 자리는 물론 정권까지 내놓을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권 3년차인 지금쯤 마무리가 됐어야 했다. 페이스북 선동보다 야당 설득이 우선이다. ‘국민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논평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문재인 정권과 청와대는 이렇게 곧잘, 예사로 국민의 양식과 시민의 수준을 무시하곤 한다. 발품 팔 생각은 없고 책상머리에서 국민 탓 야당 탓만 하고 있으니 시나브로 레임덕의 징후만 짙어갈 게다. 문 대통령도 언론의 ‘경제실패 프레임’에 유감을 표하기보다는 ‘정책이 아니라 정책의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내부자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권과 정부 여당부터 내어 줄 건 내줘야 개혁이든 소득주도성장이든 소기의 성과를 내지 않겠는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수신료 납부 거부와 강제 징수 거부를 통해 KBS의 편향성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제·개정 등을 통해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곤 했던 나는 한국당의 이 같은 당론에 적극 찬성한다. 다만 여야를 달리하면서 정권만 잡으면 공영방송 KBS는 물론 MBC까지 장악하기에 여념이 없어 온 과거의 전력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한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3년 노무현정부 시절 수신료를 전기료와 분리해 징수하는 법안을 추진했다가 2008년 이명박정부에선 거꾸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한 바 있다.

문재인 정권도 이전 정권과 다르지 않다. 친정부 인사들을 투하시켜 이사회를 장악하고 정권에 우호적인 사장을 선임케 했다. 절차와 요식 행위만 빼면 청와대에서 사장을 바로 임명하던 독재시대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야당시절에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주장해 왔다. 여야의 엇갈리는 정치적 공방과 속셈과는 무관하게 공영방송의 독립은 검찰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국정과제다.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에 힘을 보태는 대신 검찰개혁에 한국당의 지지를 요구하면 어떨까 싶다. 개혁을 구체화할 제도와 법의 제·개정이 정치적 협상과 타협의 산물이라면 빅딜을 못할 이유가 없다. 촛불 혁명은 적폐 청산이 아니라 법과 제도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면 아직 첫걸음도 떼지 않았다.

조정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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