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m 파노라마 실경…기존 산수화 개념 깬 파격”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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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2 07:54  |  수정 2019-01-12 07:55  |  발행일 2019-01-12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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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전시된 낙동강천리도 원본. <영남대 제공>

■ 민경갑 화백 ‘낙동강천리도’
영남대서 오랜세월 잊힌 작품
서길수 총장에 포착 복원 시동
작품 복원·복제 비용 1억원은
노희찬 삼일방직 회장이 부담
10일 열린 복원기념 제막식
고인된 화백 대신 장남이 참석


‘낙동강천리도’의 존재는 사실 영남대 구성원조차 잘 모를 정도로 그동안 잊혀 있었다. 당초 영남대 대명동캠퍼스 도서관에 있던 낙동강천리도는 1976년 8월 영남대 경산캠퍼스 중앙도서관 제3열람실 서편으로 옮겨졌고, 이후 2005년 2월 중앙도서관 리노베이션 공사를 완료하면서 제2열람실 북편 현재 위치로 다시 옮겨지는 동안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가 적었다.

그러다 서길수 영남대 총장의 눈에 이 그림이 포착되면서 그 존재와 가치가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됐다.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알아본 서 총장은 2017년 11월 복원·보존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 지난해 3월엔 복원·복제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가장 먼저 원작자인 민경갑 화백을 찾았다. 작품 복원 전 작품 제작에 담긴 사연을 듣기 위해서다. 지난해 3월 고인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한 인터뷰에서 민 화백은 “이 그림의 아이디어는 제2대 영남대 총장을 지낸 이선근 전 문교부 장관이 냈다. 당시 헬리콥터를 타고 낙동강을 둘러봤다. 홍익대 교수를 역임한 성낙인 사진작가와 함께 보름간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하며 다녔다. 워낙 대작인 탓에 작업기간이 6개월이나 걸렸다. 끝나고 나서 일주일 동안 잠만 잤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요즘에는 대작이 많지만 전통적으로 수묵산수화에서 전지 이상의 대작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낙동강천리도는 한국 수묵산수화의 역사를 새로 써야 될 대사건이었다. 무엇보다도 크기에서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관념의 세계가 아닌 실경이라는 점에서도 놀랍다. 1천리를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가며 그 주변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았다. 기존의 산수화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파격적인 구도 또한 놀랍다. 더구나 38세 젊은 민경갑 화가 작품에 저명한 이은상 시인과 김충현 서예가가 참여한 점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평했다. 이은상은 ‘가고파’ ‘동무생각’ ‘봄처녀’ 등을 쓴 대한민국 대표 시조시인이다. 김충현은 4·19혁명기념탑, 독립선언서 등의 작품을 남긴 한글서예 대가다.

24m에 달하는 대작인 탓에 복원 작업은 물론 복제도의 전시공간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평소 대학 발전에 관심이 많았던 노희찬 삼일방직<주> 회장(화학공학부 63학번)이 선뜻 나섰다. 노 회장이 복원·복제 비용 1억원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나서면서 복원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영남대 미술보존복원연계전공(미술학부 주관) 학생도 복원작업에 힘을 보탰다.

지난 10일 열린 낙동강천리도 복원기념 제막식에는 노 회장을 비롯해 학교법인 영남학원 한재숙 이사장, 김진삼 이사, 서길수 총장, 이효수 전 총장, 정태일 총동창회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 고 민경갑 화백의 장남 지홍씨, 신항섭 미술평론가, 박종무 복원·복제사업추진위원장, 정인성 박물관장, 그리고 복원작업에 참가한 영남대 미술학부 임남수 교수와 교양학부 정두희 교수(미술보존복원전공) 등이 참석했다.

고인이 된 민 화백을 대신해 제막식에 참석한 지홍씨는 “지난달 아버님께서 작고하시기 전 제막식 초청장을 받으셨다. 건강이 많이 악화된 상황이었지만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참석하겠다고 하실 만큼 낙동강천리도에 대한 애정을 보이셨다. 많은 사람이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 영남대에 아버님을 대신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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