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DGB지주회장·대구은행장 ‘한시적 겸직’ 배경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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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4   |  발행일 2019-01-14 제3면   |  수정 2019-01-14
‘잘못된 과거와 절연’ 심사숙고…경영·조직 쇄신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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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그룹은 물론 지역 사회의 핫이슈인 대구은행장 선임 문제의 윤곽이 15일 열릴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 전경.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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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그룹의 김태오 회장이 지난해 5월31일 취임식에서 DGB금융그룹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지역 경제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대구은행장 선임문제에 대한 활시위가 당겨졌다.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난 11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김태오 지주회장이 2020년 1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대구은행장을 겸직한다는 내용을 결의하면서부터다. 자추위는 “은행의 미래와 혁신차원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인사가 지주회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새 행장은 은행내부 출신인사가 선임되는 게 맞다고 보는 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에 ‘한시적 겸직’에 대한 이해 노력보다는 ‘권력집중 우려 ’ ‘장기집권 가능성’을 애써 부각시키려는 움직임도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추위 결정의 수용여부를 받아들여 임시주주총회(이달말 예정)에 안건으로 올릴지를 판단할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15일 열린다. DGB금융의 명운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자추위, 과거와의 절연.

지난 11일 자추위 회의를 통해 김 회장의 한시적 행장 겸직을 결의한 지주 사외이사들은 당일 이례적으로 은행 임직원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본 것이다. 사내 정보망에 올린 이 담화문은 A4용지 5장 정도 분량이다.

지주 사외이사들은 담화문을 통해 “은행 이사회에서 추천한 후보를 포함, 퇴임임원들에 대한 역량과 자질을 검토한 결과, 기존 은행의 문제들과 조직의 내부갈등을 해소할 마땅한 적임자가 없고, 수개월간 이어진 행장직무대행 체제를 지속하는 것 역시 대외적으로 기업 불안정을 공표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겸직을 추천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주 사외이사들은 “대구은행 사태는 그간 내부의 잘못된 기업문화·갈등·파벌싸움 등이 시발점이었고, 이러한 요소가 한꺼번에 불거진 결과물이다. 이제는 과거와의 잘못된 연결고리를 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정도·윤리 경영을 선포한 DGB그룹 입장에선 귀책사유와 흠결이 있는 퇴임임원이 행장으로 복귀하는 모습은 신뢰회복과 이미지 쇄신에 큰 오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자추委 ‘내부출신 행장’ 막판까지 고심
귀책사유 있는 퇴임자 복귀는 오점 결론
“겸직 반대-내부 발탁” 주장 임추委 주목


특히 고심 어린 결정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들은 “우리 역시 겸직체제의 분리(2018년 4월)를 기본원칙으로 행장 선임작업을 해왔기에 또다시 지주회장과 행장을 겸직한다는 결정은 큰 부담이었다”며 “행장 공백상태 지속 및 직무대행 체제하에서의 체제분리는 의사결정 혼란과 불필요한 자원 소모 등으로 인해 그 어떤 것도 최선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결정과 관련, 직원·지역사회 오피니언그룹·전임 행장·지역 경제계 주요 인사, 은행 이사회의 목소리를 듣고 심사숙고했다고도 전했다.

아울러 지주 사외이사는 막판까지 내부출신 행장후보를 내려고 적잖이 고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주 사외이사들은 자추위가 열리기 전날인 10일 한데 모였다. 이날 만남은 같은 자추위원인 김 회장에겐 알리지 않았다. 은행 내부출신 중에는 후보감이 없는지를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은행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회장의 한시적 행장 겸직 결정으로 시끄러워질 것을 두려워해 비겁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박인규 전 회장 및 행장체제에서 그룹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해 은행이 현재의 사태를 맞게 된 것에 대한 뼈아픈 반성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 임추위 선택은

이번 주가 중대고비다. 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별도 성명서를 발표,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15일 예정된 은행 임추위의 행보에 주목된다. 자추위의 결정을 논의한 뒤 은행 임시주총 안건으로 올릴지 말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단 주총에 이 안건이 올라가면 지주가 은행의 유일한 주주이기 때문에 통과는 기정사실화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앞서 임추위는 지주 이사회에 회장의 행장 겸직반대 및 은행임원 출신의 행장선임을 요구해왔다. 현재까지 기류만 봐선 15일 임추위 결정작업이 미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임추위가 연기돼도 전체 후계승계절차 일정상 18일에는 결정을 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지주와 은행의 사외이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소통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안정’과 ‘조직혁신’을 바라는 마음은 지주 및 은행 사외이사들도 한결같다. 다만 인식의 차이다. 은행 사외이사는 조직안정을 위해선 지역정서상 외부인출신 회장의 행장 겸직은 불안을 야기한다고 보는 쪽이다. 반면 지주 사외이사들은 혁신을 위해선 아픈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미래금융혁신을 진두지휘할 역량도 갖춰야 하는데 그런 후보감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주사는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임원육성프로그램(HIPO)과 경력개발프로그램(CDP)을 통해 내년 6월까지 현직 임원(약 20명) 중에서 제대로 된 은행장(임기 3년)을 조기 내정한 뒤 글로벌 연수(6개월가량)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김 회장은 “주어진 임기(회장 2021년 3월말, 행장 2020년 12월말)만 마치면 빨리 떠나겠다”고 은행 사외이사들에게 약속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게 될 은행 임추위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이번 논의과정이 결과적으로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통’이 될지, 아니면 ‘또다시 혼란의 수렁으로 빠지는 진입로’가 될지는 이번 주에 윤곽이 드러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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