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행복한 자치분권의 나라 스위스 .3] 기초단체마다 다른 주민정치 참여방식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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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4   |  발행일 2019-01-14 제6면   |  수정 2019-01-14
인구 2만 넘으면 의회 운영…의회 있어도 최고자치기관은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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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을총회’로 불리는 주민총회가 곧 자치입법 및 의결기구가 되는 알트도르프 도심 전경. 13세기 말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家)에 대항해 싸웠다는 ‘빌헬름 텔’ 전설이 있는 곳으로, 텔이 사과를 쏘았다는 장소는 광장(왼쪽 뒤편)이 들어서 R.키슬링이 만든 텔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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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1천여명이 사는 크로이츠링엔은 작은 게마인데에서 운영하는 주민총회 대신 지방의회를 두고 있다. 지방의회는 우리나라와 달리 의장 등의 별도 단상 없이 의장과 의원 40명 모두가 같은 눈높이에서 회의를 진행한다. 앞줄에는 의장과 시장, 의회 사무총장, 집행부 사무총장 4명이 동시에 자리한다.

연방국가인 스위스는 연방정부-주(州)정부(칸톤)-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게마인데) 3개 계층으로 체계화돼 있다. 2018년말 현재 칸톤 26개, 시(市)를 포함한 게마인데 2천222개가 다양한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을 통해 주민이 행복한 스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2천여개의 게마인데가 똑같은 방식으로 주민자치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알트도르프(영남일보 1월7일자 6면 보도)처럼 주민총회가 곧 자치입법·의결기구가 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별도의 의회를 구성해 주민의 의사를 결정하는 곳도 있다. 두 시스템은 완전히 다른 방식이지만, 대개 인구가 많은 게마인데에서는 의회, 인구가 작은 게마인데에서는 주민총회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구 9천명의 알트도르프
주민총회가 최고입법·의결기구
최소 연2회 총회로 예결산 승인
집행기관 위원 선출·세율결정 등
주민이 직접 발안·투표해 의결

인구 2만1천명 크로이츠링
4년 임기의 시의회가 의사결정
주민-기관-회계감사委로 구성
시의결사항에 반대의견 생기면
유권자 서명으로 주민투표 실시

◆‘주민총회’가 곧 자치최고기관

알트도르프처럼 주민총회를 최고 의결기구로 택한 게마인데의 경우 게마인데총회가 곧 자치최고기관이 되는 셈이다. 즉 자치단체 투표권자인 주민 전체가 해당 게마인데의 최고자치기관으로서 자치입법·의결기관의 기능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투표권자 전체가 의회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표권자는 자치단체기본법에 따라 해당 게마인데에 살고 있는 18세 이상 남녀 스위스 사람으로, 정신질환이나 지적장애가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투표권이 있는 주민은 선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규정해 투표권자의 선거권을 인정한다.

자치입법·의결기관으로 주민은 그 기능과 권한을 크게 두 제도의 형태로 행사하게 된다. 하나는 열린마을총회로 불리는 ‘주민총회’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투표’다.

주민총회는 ‘주민이 행복한 자치분권의 나라 스위스’ 시리즈 2편 ‘알트도르프 주민총회’ 기사에서도 소개했듯이 매년 최소 2회 개최된다. 6월에는 결산회의, 11월에는 예산회의를 갖고 회의에서 다른 안건도 상정돼 주민이 직접 의견을 개진한다.

회의 참석 권한은 자치단체기본법 규정 즉 투표권자 규정을 준용하고, 회의에서는 승인사항과 의결사항을 주민이 결정한다. 또 선거를 통해 집행기관의 위원들도 선출하게 된다.

승인사항으로는 자치단체 예산과 결산의 승인, 다양한 자치단체 각 기관의 보고서 승인, 시민권의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주요 의결사항으로는 25만 프랑(스위스) 이하의 1회적 신규 지출예산, 25만 프랑 이하의 매 회계연도 반복적 신규 지출예산, 사전 예산, 징수세율 등이 있다.

주민투표는 크게 둘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자치단체의 정책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 및 주민발안이고, 다른 하나는 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을 위한 선거다.

우선 주민투표 대상은 원칙적으로 자치단체의 정책과 관련한 모든 사항이다. 따라서 주민총회에서의 승인·의결 사항과 마찬가지로 25만 프랑 이상의 1회적 신규 지출예산과 25만 프랑 이상의 매 회계연도 반복적 신규 지출예산이 주민투표의 대상이 된다. 또 자치구역의 변경사항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주민발안 대상은 자치단체기관의 소환을 비롯한 자치단체권한에 속하는 자치법규의 변경·폐지·허용 등 주(州)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주민투표와 별개로 주민총회를 최고 의결기구로 택한 게마인데에서는 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의 시장, 부시장 등 합의제 집행기관과 교육위원 등도 선출한다.

우르스 캘인(Urs Kalin) 알트도르프 시장은 “스위스 정책의 핵심은 연방주의에 있다. 연방-칸톤-게마인데, 이 3개 계층은 절대 다른 계층에 침해받지 않고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이는 ‘보충성의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아래에서의 결정을 침해하는 경우가 없을뿐더러 빼앗아가는 것 자체가 원천봉쇄돼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보충성의 원리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로, ‘보충의 원리’ 또는 ‘보충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보충성의 원리에 따르면 행동의 우선권은 언제나 ‘소(小) 단위’에게 있는 것이고, 소 단위의 힘만으로 처리될 수 없는 사항에 한해서 ‘차상급 단위’가 보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지방의회 있어도 자치 최고권자는 주민

투르가우 주(Kanton Thurgau)내 80개 게마인데 중 둘째로 큰 크로이츠링엔(Kreuzlingen)은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3개국에 걸쳐 있는 호수 ‘보덴제(Bodensee)’에 자리하고 있어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독일의 콘스탄츠(Konstanz)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주민의 독일 왕래가 잦은 곳이기도 하다.

2018년말 현재 인구 2만1천700명인 크로이츠링엔은 주민총회를 중심으로 한 알트도르프와 달리, 지방의회를 두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인구 2만명이 넘는 자치단체 대부분이 지방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와 같이 지방의회가 자치입법권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의 주권은 주민총회를 운영하는 다른 게마인데처럼 아주 강하다. 크로이츠링엔 자치단체기본법은 자치최고기관으로 투표권자 전체, 즉 주민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다.

크로이츠링엔 자치단체기본법 제2조는 주요 자치기관을 크게 투표권자 전체, 자치단체기관, 회계감사위원회 3개 기관으로 구분해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기관은 시의회, 시 집행기관, 의결권한이 있는 위원회와 선거사무소 등을 포함한다.

주민은 투표(선거투표·의결투표)를 수단으로 행사하며 자치최고기관으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선거투표를 통해서는 시의원과 집행기관을 선출하게 된다. 크로이츠링엔은 시장 1명과 4명의 집행기관, 40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시의원들은 모두 비례대표제 방식에 의해 선출된다.

의결투표에는 의무적 의결투표, 임의적 의결투표, 임의적 주민투표가 있다.

의무적 의결투표 대상은 반드시 주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자치단체 의사가 결절되는 사항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치단체기본법의 변경, 자치단체구역의 변경, 매 회계연도 징수세율 결정, 200만 프랑(스위스) 초과 지출예산 및 20만 프랑을 초과하는 매 회계연도 반복적 지출예산, 500만 프랑을 초과 1회적 기계시설운영 지출예산 및 50만 프랑 초과 매 회계연도 반복적 기계시설운영 지출예산, 자치단체 채무한도 등이다.

임의적 의결투표는 시의회 의결로써 정해진다.

임의적 주민투표는 시의회 의결 반대 사항이나 주헌법상 투표권·선거권 관련 사항 등이다. 따라서 시의회 의결에 반대하는 사항에 대해 주민은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주민투표는 5%의 투표권자 서명으로 성립된다.

4년 임기 40명으로 구성되는 크로이츠링엔 시의회는 협의, 자문·승인·의결, 자치규정 제정, 지휘·감독 등을 그 핵심 기능으로 하는 자치기관이다.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시의회는 사전협의, 자치규정제정, 지휘·감독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의 권한을 갖는다.

또 시의회는 다양한 위원회를 두고 있다. 크게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조사위원회로 구분되며 상임위에는 운영감사위원회, 예산·회계감사위원회, 시민권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사안에 따른 특별위원회와 조사위원회 등도 설치할 수 있어 이들 각 위원회를 통해 의회는 협의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시의회는 시민권 획득에 대한 결정권한도 있다.

글·사진=스위스에서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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