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대화로 가족건강 찾기

  • 최소영
  • |
  • 입력 2019-01-14 07:54  |  수정 2019-01-14 07:54  |  발행일 2019-01-14 제18면
하루 60분 대화·의사존중이 ‘가족의 위기’ 줄인다
20190114

오늘날의 가정은 옛 모습과 꽤나 다르다. 가족의 형태도 기본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으로 뻗어간 지 오래다. 가정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여겨졌던 기초적 양육부터 1차적 사회화 기능, 정서적 안정 기능까지 다양한 역할이 가정 밖으로 이관되고 있다. 그러면서 ‘가족의 위기’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실상 가정의 ‘위기’가 아니라 ‘변화’가 더욱 정확한 표현이지 않을까. ‘위기’니 ‘상실’이니 하는 표현 자체가 사회의 급변에 따라 바뀌어가는 가족의 모습에 대한 불안감을 대변할 것이다. 사회의 변화에 가정 역시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그렇게 벌써 변화한 가정과 그에 따라 함께 변화한 가정 밖의 사회에 우리는 점차 적응해 가고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가족건강성(family strengths, family health)이 1990년대 초반 이후로 학계에서 활발하게 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건강성’은 영어 표현 그대로 가족의 건강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가족 내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가족의 가치관과 체계를 잘 유지키는 한편, 가족 구성원의 성장을 위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건강한 가정 속에서 학생들은 좀 더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점은 학교생활에 그대로 반영된다. 가족건강을 위하여 어떤 부분을 노력할 수 있을까. 여러 학자들은 가족건강성을 이루는 요소를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요소 및 교육적 측면에서 공감하는 부분을 세 가지 항목으로 축약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화·가치공유·자율성 등 우선 조건
아이 성장·학교생활에 긍정적 영향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아
가정에서의 역할 자신이 스스로 선택



대부분의 학자들은 건강한 가족을 위해 가장 우선되는 조건으로 ‘의사소통’을 꼽고 있다.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하루에 한 시간은 가족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어떤 이야기든지 한 시간은 이야기 나누기를 추천한다. 하루에 10분씩 나누어 여섯 번을 이야기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모든 가족과의 이야기 시간을 합쳐서 하루에 한 시간이다. 매번 시계를 들고 덧셈을 할 수는 없으니 대략 그 정도란 뜻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 정도야 대단히 쉽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실천해보면 꽤나 어렵다. 특히 중고생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모든 집이 그렇지는 않지만 이야기할 거리를 찾는 것부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중요한 점은 무언가를 지적하거나, 시키거나 하는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서로의 의사를 나누는 대화로 한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부터 대화를 하자’고 가족들이 억지로 모여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게 되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만들라는 것도 아니다. 거창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처음에는 간식 따위를 먹으면서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녀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도 좋고, 아버지의 회사 에피소드를 하나 말해주어도 좋다. 조금씩 그러다보면 가족 구성원들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올 수 있다.

가족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둘째 요소로 ‘가치의 공유’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반드시 첫째 요소인 의사소통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이야기될 수 있다. 가치의 공유는 가족원 간의 생각이나 신념, 관심사를 나누는 것부터 우리 가족이 함께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공감하고 지키는 정도, 우리 가족이 공동으로 어떠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된다.

이제는 가부장적인 가족의 옛 형태를 그대로 고수하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도 어떠한 결정 상황에서는 자녀의 의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아 자녀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가정이 왕왕 있다. 그러한 가정의 부모는 지시 형식으로 규칙을 통보하거나 행사를 추진하게 된다. 그러한 가정의 아이는 가족의 규칙을 부모의 구속으로 여기기 쉽고, 가족 행사는 억지로 끌려가는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가치의 공유는 이러한 다양한 결정 사안에서 가족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생각을 나누는 가족은 가족 내의 문제에 대한 문제해결력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자율성’ 요소는 다소 역설적이지만 가족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가정 내에서 자녀에게 강압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진실된 가정이 될 수 없다. 가정에서의 역할을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는 일은 내가 얼마나 중요한 가족의 구성원인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가족건강성을 구성하고 있는 세 요소는 사실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먼저는 조금씩 이어지는 가족 대화시간에서 출발하게 된다. 일방적인 잔소리가 아닌, 짧은 대화의 시간이 익숙해지면 그 시간은 곧 가족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족 내에서 각자가 원하는 것, 가족이 함께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나누는 가운데 가족은 함께 많은 사안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한 내용을 어떻게 실천할지, 그 실천을 가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가족을 위해 가장 먼저,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은 짧은 대화의 자리다. 하루에 10분씩 여섯 번을 목표로, 잔소리가 아닌 대화를 먼저 시작해 보자. 가정이 조금씩 건강해짐을 느낄 것이다.

김견숙 (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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